최근 그의 소식이 다시 들렸다. 그가 '바리의 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무료로 컨설팅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바리의 꿈'은 러시아 연해주 자연농 청국장을 팔아 연해주의 가난한 고려인 동포를 돕는다.
얼마전 그는 주변의 컨설턴트, 회계사, 펀드운용역 등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컨설팅그룹'이라는 전문가 자원봉사단을 만들었다. 뜻 있는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기업들을 돕자는 취지였다.
미담의 주인공인 고영(32, 사진)씨를 만났다. 그는 부잣집 아들도, 국회의원 후보도 아니었다. 그의 가족은 평범한 서민층이었고, 그는 한 외국계 컨설팅기업의 컨설턴트였다.
남다른 점이라면 '믿음'과 '꿈'이랄까.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잃은 믿음은 군대에서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더 신실하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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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도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게 10조원을 모아 재단을 세우는 것이 꿈이란다.
"도우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돕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할 깨달음이 있습니다."
남다른 그의 기부, 봉사 이력을 만든 건 보이지 않는 신의 힘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엔 보이는 사람의 힘도 작용했다.
2003년 초, 그가 고려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던 때 일이다. 갚을 빚은 800만원. 그해 겨울, 그는 하루 1끼를 먹으면서 버텼다. 다음 학기에 진학할 대학원 등록금은 당연히 없었다. 그는 "그땐 얼굴도 못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어느날 학교 앞 영철버거를 지나는데 영철이형(이영철 영철버거 사장)이 저를 불러 세워요. 새벽 1시반쯤이었죠. 1000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주면서 자판기에서 100원짜리 커피를 뽑아줬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막노동하던 시절 얘기를 해줬죠."
그 때 그의 굳은 마음을 녹인 것이 빈 속을 채우던 햄버거였을까, 자판기에서 뽑은 따뜻한 커피 한잔이었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4학년도 마치지 못했다는 '영철이형'이었을까.
"영철이형이 그랬어요. 고개 숙이고 다니지 말라고. 세상에 질 것 같아도 고개를 들고 다니라고. 그게 잘 안 되면 그냥 사람들한테 인사하라고."
'영철이형'은 그에게 등록금 330만원을 건넸다. 아무 조건 없이. 하지만 고씨는 고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 10만원, 20만원씩 그 돈을 갚았다. 석사수료 뒤엔 주변에서어려운 사연을 들을 때마다 돈을 건넸다.
최근에도 그는 종자 살 돈이 없는 연해주 고려인들에게 2500만원어치 종자를 지원했다. 그 탓에 그의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가 소진됐다.
그는 또 "출소하면 고통 받는 사람을 돕는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재소자와 자활 기회를 잡지 못한 성매매 피해자도 돕고 있다. 아무 조건 없이.
혹시 그들이 고씨의 선의를 이용하는 건 아닐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냥 반응하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상엔 온통 판단(하려는 사람)만 있습니다. 때론 판단하지 않고 믿는 게 필요해요. 컨설팅 때 변화 관리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게 '불신'입니다. '동기'는 그 다음 문제죠. 믿음이 사람을 바꿉니다. 제가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