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버블 붕괴..中증시 어찌하오리까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2008.04.02 03:10
글자크기
중국인은 '8'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팔의 중국어 발음이 ‘pa(빠)’인데 發財(파차이, 재산을 모은다)에 쓰이는 발의 발음이 빠와 비슷하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중국인의 8에 대한 선호는 한국인의 7 수준을 훨씬 능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중국 정부, 중국인, 중국 경제가 이 8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8 때문에 돈을 벌기는 커녕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다.



우선 8이 좋아 8월8일 오후8시로 정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정부 계획대로 흥행할 지 미지수다. 티베트 소요사태를 이유로 들며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개막식 보이콧을 검토하는 등 수년에 걸쳐 공들인 올림픽 이벤트가 흥행은 커녕 오히려 대외적인 갈등의 정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점점 티베트 문제에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까지 최근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반대하기 위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으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아직 개막식까지는 4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어 개막식 흥행 여부를 단정짓기 이르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티베트 사태를 감안할 때 시간이 많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티베트에 이어 신장성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도 중국 정부의 노동력 착취 등에 항거하는 시위가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자, 반정부주의자들의 움직임은 쉽게 진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로 눈을 돌리면 손해는 더 크고 또 직접 와닿는다. 상하이종합지수는 4월의 첫날 4.1% 급락한 3329선으로 마감하며 연저점을 낮추었다. 전날에는 3% 떨어졌다. 3300은 물론 3000선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10월 중순 6000을 넘던 지수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A와 B주식의 시가총액의 증감을 토대로 산출된다. 상장종목은 888개다. 중국이 8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많은 종목중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불려준 주식을 찾아볼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락종목이 817개로 상승 종목 19개를 크게 웃돌았다. 나머지 52개 종목은 횡보세였다. 블룸버그 단말기 화면에 나타난 숫자를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6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인 10%까지 하락했다. 사실상 하한가인 9%대 하락률이 숱했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들이 덜 빠지며 지수가 4% 남짓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주들은 대부분 폭락했다. 체감지수가 그만큼 차가웠던 하루였다. 얼마전 기관들의 투매로 블루칩이 폭락하더니 이날 들어서는 중소형주가 개인의 투매에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희생된 중소형주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에 다름 아니다.

블루칩도 일부는 폭락했다. 바오산철강이 8.7% 떨어졌다.

60개가 넘는 하한가, 800개가 넘는 하락종목. 2000년들어 기술주 버블이 꺼지면서 연일 폭락하던 코스닥시장의 흉흉했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단시간에 치유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중국시장의 후진성을 들며 정부가 인위적인 부양에 나서면 극적 반전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거래세 인하, 선물시장 개설 등과 같은 루머가 나오며 시장이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강경한 긴축 일변도에서 후퇴해 급락하는 증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개입한다고 추락하던 증시가 얼마나 튈 수 있을까. 정부에 너무 휘둘린다는 문제점만 노출할 공산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철강회사들을 주축으로 중국 기업들의 이익이 둔화될 위험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철강, 정유, 전력 등 글로벌 경제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대거 둔화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10%가 넘는 GDP 고성장속에서 중국 기업들은 30%가 넘는 이익 증가율을 과시해왔다. 이같은 이익 모멘텀이 증시를 단숨에 6000위로 끌어올리는 엔진 역할을 했다.

중국 기업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증가율이 20%나 10%대로 줄어들어도 '30%대의 이익 증가율'을 미리 반영한 증시는 크게 당혹스러워할 것이다. 이미 이런 작업은 상당히 진척됐다.

최근 주가급락으로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중반으로 떨어졌다. 작년 한때 50배에 달했었다. 거품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거품이 해소되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당분간 중국 증시는 버블 해소에 따른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2010년까지 지금 시가총액의 30~40%에 해당하는 비유통주가 매물로 전환될 것이라는 수급변수까지 고려할 때 '편안한' 랠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