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동 시장에 융통어음 발행 문의를 한 상장 업체들이다. 융통어음은 자금 조달이 목적인 일종의 '차용증'. 명동 사채업자들은 융통어음 발행 문의가 들어온 기업 리스트를 줄줄이 꿰고 있다. 이 어음이 등장했다면 자금 사정에 '황색등'이 켜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주 코스닥의 A사가 등록폐지 위기에 몰렸다. 부도설이 제기되고, 위·변조 어음이 발견되더니 끝내는 대주주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석 달전 수십억원 상당의 융통어음 발행 문의가 있었지만 당시 명동은 이미 부정적이었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게시판에 A사 어음을 주의하라는 글이 올랐다. 전날 B은행에 들어온 10억원과 13억5000만원 상당의 어음 2매가 '가짜'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관계자는 "A사의 성장 과정을 보면 영업보단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위·변조 어음도 A사 내부인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러 위·변조 어음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면 지급을 거부했다는 얘기다.
◇주주와 명동의 엇갈린 "한숨"= A사의 소액 주주들은 주가 폭락에 울상이다. 올초 만해도 주당 1만원선에 거래됐던 주식이 현재 1375원으로 급락했다.
반면 명동 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석 달전부터 A사는 명동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50억원 상당의 융통어음을 발행하기 위해서였다. 명동 시장은 끝내 A사의 융통어음 발행 문의에 묵묵부답했다. 명동의 한 관계자는 "경험칙상 융통어음 발행 회사는 부도가 날 확률이 높아 일단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