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양약품 사내 곳곳에 있는 범선포스터
지금 일양약품은 이 포스터에 흠뻑 빠져있다. 자체 개발한 '일라프라졸'이라는 신약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명칭으로 인정한 이 물질은 현재 전세계 26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한 차세대 신물질 항궤양 치료제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에 비해 약효의 지속시간이 우수하고 효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양약품은 2005년 TAP에 9000만달러에 기술을 이전했다. 판매후 15년동안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따로 받는 조건이다. 2002년 중국 립존(LIVZON)사와도 250만달러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2014년까지 정제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다.
이같은 물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일라프라졸의 개발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궤양 치료제 개발에 돌입, 일라프라졸의 성분인 ‘IY81149’를 발견하기까지 1148개의 후보물질이 독성시험 단계에서 폐기처분됐다. 독성시험에 사용된 동물도 1만5300마리나 된다. 독성시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을 발견하기 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다.
↑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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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라프라졸의 모태가 됐던 약품은 일양약품의 히트상품인 위장약 '노루모'다. 위장에 좋은 노루모의 성분을 분석하다가 자연스럽에 위궤양치료제 개발에 나서게 된 것. 일양약품이 노루모를 처음으로 내놓은 것은 1957년이니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위장관련 약품에 몰두해 신약 하나를 끄집어 올린 셈이다.
김 대표는 "신약을 기술이전해 들어오는 로열티는 매출이자 영업이익"이라며 "신약개발을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국내 제약사 첫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의 시가총액이 7000억원 수준으로 매출이 2배이상 되는 대형제약사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일양약품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드링크제인 `원비디' 등를 바탕으로 제약업계 매출 2위를 달리기도 했다. 이준희 강호동 선수 등이 일양약품 씨름단 소속으로 유명세를 타던 시기다. 하지만 원비디의 판매가 주춤한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 현재는 제약업계에서 매출순위 15~20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00억원.
일양약품은 신약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공략을 모토로 삼고 10여년동안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 결과 '원비디' '영비천'을 파는 회사에서 신약을 기술수출하는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일라프라졸 뿐만이 아니다. 일양약품은 2004년부터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 'IY5511'도 개발하고 있다. IY5511는 전 임상 과정에서 기존 치료제에 비해 20배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 지난달 식약청에 임상 1ㆍ2상시험을 동시에 신청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10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불과 4년 만에 임상시험 돌입이다.
일양약품은 일라프라졸의 성공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얻었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개발에 R&D비용을 집중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라프라졸을 기술수출해 들어온 자금으로 연구비로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생겼다”며 “뿐만 아니라 성공가능성이 높은 신약은 집중투자해 연구기간을 줄여야 개발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