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의 교훈' 넘어야 빅5 간다

강기택 기자 2008.03.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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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과제①]노사 '상생 페달'이 경쟁력 관건

자동차왕국인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일본 토요타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일대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GM의 본거지인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지대는 흉물로 변한 지 오래다. 디트로이트의 강성노조는 이제야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토요타는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빅2'의 혈전이 벌어지는 동안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지난해 396만7000대를 판매하며 6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0년 630만대 생산체계를 갖춰 부품조달 비용을 줄이고 최소한 '먹히지 않을 몸집'을 갖추겠다는 현대ㆍ기아차의 도전은 녹록지 않다.



 머리 위에는 원자재가격과 유가 급등, 세계경제 침체라는 먹구름이 끼어 있다. 눈앞에서는 일본과 유럽 경쟁사들이 끊임없이 견제하고 뒤에서는 중국과 인도 신흥업체들이 추격해온다.

 현대ㆍ기아차는 'GM의 교훈'에서 '빅5' '빅3' 전략을 짜고 있다. 무엇보다 노사 상생의 페달을 밟지 않고서는 초일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게 'GMㆍ토요타 전쟁'이 남겨준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런 마당에 24일 저녁 기아차 노조가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 설비에 대해 사측이 '세일&리스백'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한 데 대해 파업을 선언하자 그룹 경영진은 크게 긴장했다.

 밤샘협상 끝에 노조의 '파업유보'로 결론났지만 파업선언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현 시점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야기될 손실은 곧 한국자동차업계에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투자재원 부족, 실적 악화 등으로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형님' 현대차는 지난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끝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단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임투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에는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끝냈지만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현대증권 조수홍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신차효과에 따른 판매 증가와 원화 약세의 긍정적 영향이 더 커 큰폭의 실적모멘텀이 예상되지만 노사문제 등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간연속 2교대'와 같은 안건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노사문제가 단지 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차원을 넘어 현대차의 탄력적인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GM이 번번이 노조 요구에 발목을 잡히며 몰락한 전철을 현대차가 피해갈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며 "국내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고 현대ㆍ기아차 등 개별 자동차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사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양적으로는 2015년 세계 4강, 질적으로는 글로벌 리딩국가의 지위를 확보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사업목표를 매출 3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2조1800억원으로 정했다. 전년보다 각각 10.3%, 20.1% 늘어난 수치로 올해 노조와 협상이 무분규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책정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17일부터 울산 광주 등지의 생산현장을 방문,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도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 모색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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