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차명주식, 세금추징ㆍ처벌 안될듯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3.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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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시효 많이 지나...경영권 영향도 없어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이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 16.2%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법적용 및 경영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법률적 검토 결과, 이미 조세시효가 지나 징수 및 처벌 등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증여ㆍ상속세 징수 및 처벌 불가능=이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보유 주식에 대한 논란은 국세기본법(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탈세여부), 보험업법ㆍ증권거래법ㆍ금융실명제법 등 몇 가지 법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우선 국세기본법 관련 부문. 고 이병철 회장이 생존 당시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 임직원에게 차명 분산해뒀을 경우 증여세를 냈어야 하고, 사후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된후 차명 분산됐다면 상속세를 냈어야 한다.



하지만 국세기본법에 따른 시효가 이미 많이 지난 상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징수시효는 사망일이나 증여일로부터 최대 15년이다. 이를 넘기면 징수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1999년 이전에는 징수시효가 5년이었으나 현재는 최대 15년"이라며 "1999년 이전 신고 누락한 무신고 세액에 대해서는 조세법에 따라 5년이 지나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속일 경우에도 시효가 지났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87년 11월 타계했다. 상속세의 추징 기한은 1992년 11월로 끝이 난 셈이다.


그러나 시효가 지났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상속을 받은 자가 '상속재산을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실명 전환'한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국세기본법 26조2의 3항). 다만 이 조항이 지난 1999년 12월 개정 당시 도입됐기 때문에 도입되기 10여년전의 사안에 대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냐는 법리 논쟁이 남아있다.

조세포탈에 대한 형사처벌 시효도 지났다. 금액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 최소 2년에서 최대 10년이다.



배당금 소득세 누락 시비가 있으나 차명 보유자들이 그동안 배당금 소득세를 최고세율로 납부해왔기 때문에 추징 여지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보험업법과 증권거래법 위반인가=또 하나의 쟁점은 보험업법의 위반 여부다. 보험업법 제6조에 '감독기관을 속이고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 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지분의 강제 매각이 가능'토록 돼 있다. 하지만 기존 대주주의 상속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금융부문의 한 전문가는 "법률적으로 따질 때 대주주의 지위가 상속될 때 일부 지분이 누락된 것이 대주주의 지위 획득을 위해 감독당국을 속인 행위인가를 따져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업법 제130조에 대주주의 지분변동 사실을 감독당국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지만 이 또한 신고 주체가 대주주 본인들이 아니라 해당 법인(삼성생명)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 상장법인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변동에 대해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비상장 법인은 이같은 의무가 없어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차명보유자들이 차명계좌 개설에 동의했을 경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어 삼성생명 주식 차명보유에 대한 처벌근거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삼성생명 차명주식, 세금추징ㆍ처벌 안될듯


◇삼성 그룹 지배권에 영향 있나=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고리에서 삼성생명의 차명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영향이 있지 않을까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각토록 강제할 규정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전무의 지배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 6조의 강제매각 조항이 보험업 인가 과정에서 비밀리에 지분을 취득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경우에 해당하는 데 이건희 회장의 경우 대주주로 올라선 지분은 공개된데다 상속과정에 노출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설사 16.2%의 차명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이 회장과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35.53%에 신세계 (154,900원 ▼1,300 -0.83%) 13.57%, CJ (124,600원 ▲1,500 +1.22%) 7.99%, 우리사주조합이 3% 가량이어서 경영권 향배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금산분리원칙에 따른 영향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가치가 에버랜드 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금융지주회사로 분류가 돼 다른 제조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차명 주식이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될 경우 최대주주가 에버랜드(19.3%)에서 이 회장(20.7%)으로 변경돼 에버랜드는 최대주주의 지위에서 벗어난다. 이 경우 에버랜드는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돼 그룹의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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