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주류로 당내 투쟁" 선언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3.23 16:08
글자크기
2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견은 사실상 당내 비주류 선언이자 당내 권력 투쟁 선포로 들린다. 내용이나 형식 등 모든 면이 그랬다.

이날 탈당이나 불출마 등 '과격'은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강도는 더 셌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회견 장소부터 이전과 달랐다. 그는 '당사' 기자실이 아닌 국회 회견장(정론관)에 섰다.



17대 국회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전직 대표가 당에 관련된 문제를 '당사'가 아닌 '국회 회견장'에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적잖다. '당'과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첫 시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내용은 더 했다. 그는 당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이른바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책임론인데 "잘못된 공천"을 이유로 댔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공천을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 "어리석은 공천"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누가 공천을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정치 발전이냐 후퇴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 발전을 가로막은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의 사퇴 촉구로도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갔다. 그러나 당 대표 및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뜯어보면 행간에 담긴 메시지는 모두 이 대통령을 향한다. 겉으로만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했을 뿐 실제 칼날은 청와대를 향했다는 분석이다.


"불공정한 공천문제로 당이 아우성인데 심지어 당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지적한 게 좋은 예다. 칭찬받았다고 자랑하는 당 대표와 함께 이를 칭찬한 대통령까지 문제삼은 것.

이뿐이 아니다. "당헌당규 무시" "당권 대권 분리 무시"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렇게 할 목적으로 뒤로 미뤄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저는 속았다" 등 회견 후반부의 발언은 당 지도부보다 사실상 이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인식 속에서 박 전 대표가 택한 길은 당내 투쟁이다.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 "한나라당을 바로 잡겠다"는 게 그가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탈당이나 공천권 반납, 무소속 후보 지원 등은 없었다. 박 전 대표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했던 탈당파 의원들로선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론 정반대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 전 대표가 이번 공천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한 만큼 이에 불복한 인사들의 명분은 오히려 살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이 잘못했다고 규정한 것은 탈당한 이들에게 명분을 세워준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이들에 대한 지원 유세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늘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유세를 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