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에 '혼난' 토요타회장, 허겁지겁 방한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3.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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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혼다차에 밀리자 한국전략 긴급 수정

일본 자동차업계 2위 혼다가 1위 토요타자동차 회장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다.

20일 조 후지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중저가 수입차 시장을 노린 '토요타' 브랜드 판매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불과 4개월전만 해도 고급ㆍ고가의 브랜드인 '렉서스' 외에 중저가 브랜드 '토요타'를 한국에 수출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던 조 후지오 회장이 급거 한국을 찾은 것이다.



4개월만에 허겁지겁 중저가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 답은 올초 수입차 판매 현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올 2월까지 두달간 렉서스는 79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98대를 현저하게 밑돌았다. 반면 중저가인 어코드와 CR-V를 앞세운 혼다는 지난해 초 2개월간 950대에서 올초에는 1725대를 판매해 81.6%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렉서스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치기라 타이조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우린 최선을 다했으며 결과는 만족스럽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급 수입차 시장 판매 현황을 따져보면 렉서스의 판매량은 사실 '굴욕'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독일차의 맹주 BMW는 지난해 950대에서 올해 1308대로 37.7% 증가율을 보였고 메르세데스 벤츠도 904대에서 1364대로 50.9% 증가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사실상 렉서스는 고급차와 중저가 차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것이다.

가장 놀란 것은 토요타자동차 본사였다. 일본에서 2등인 혼다에 한국 수입차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렉서스가 고급 차 사이에서도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는 방향으로 시장 상황이 전개되자 다급해졌다.



여러가지 방안 중에서도 토요타가 택한 건 가격을 내세운 저가 승부수다. 이는 다분히 혼다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미FTA 체결로 값싼 미국차들이 들어오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자는 포석도 깔려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요타의 결정이 장기적 안목에서 미국차를 의식한 것이라면 혼다의 전략은 시의적절했고 토요타는 혼다에 패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캠리가 미국 등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차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렉서스가 마케팅력에서 유럽차에 밀린 사례를 보면 조 후지오 회장의 방한이 어느정도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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