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주주들 "어쩌다 신한과 동급이 됐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3.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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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장서 주가하락 성토… 강정원 행장, 예정없이 35분간 설명

"어쩌다 우리·신한과 같은 레벨로 취급받게 됐나?"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0원 %) 본점 4층 강당. 오전 10시에 시작돼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주주총회가 말미에 소란스러워졌다. 최근 주가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잇따라 터져나온 것.

국민은행은 시가총액이 지난달 25일 신한지주에 밀려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 여파가 컸다. 지난 18일에는 4만9100원까지 떨어졌다. 5만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 주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2년 전에 비해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며 "외환은행 인수 무산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향후 어떻게 할 건지 비전을 제시하라"고 강 행장을 압박했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보수를 올려드릴테니 우리도 신명나게 주가만 높여 달라"는 '읍소형' 주주도 있었다.



강 행장은 주총을 끝낸 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분은 남아달라"며 예정에 없던 '일문일답'을 자청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임직원들 역시 자리를 지켰다. 50여명의 주주들은 평소 가슴에 담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강 행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주주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커졌는데 2002년 카드 세일즈와 소호를 많이 했다. 소매에 집중하며 외형만 키우다 거의 3조~4조원 대손상각을 해야 했고, 9000억원 의 손실도 났다"

"신한은행은 2005년 조흥은행, 2007년 LG카드 합병으로 시가총액이 커졌다. 우리는 외환은행과 합병하지 못했다. 시가총액이 뒤지게 된 가장 큰 요인이다"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현재 76%다.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팔면서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한 측면도 있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조금만 인내해 달라. 장기적으로 정도를 가다보면 분명히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35분간 주주들을 설득한 강 행장은 예정된 이사회를 위해 자리를 떴다. 주총장을 나서는 주주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강 행장의 이례적 행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주주는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주총이 끝나자마자 사라져버리는 다른 CEO들과 달리 오늘은 좀 신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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