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24시간 영업' 결국 없던 일로(종합)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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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후 논란 재개가능성은 남아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던 서울시의회가 결국 여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일시 후퇴한 성격이 강해 향후 논란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재심 또 재심...여론 악화에 결국 '무릎' = 서울시의회는 1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학원의 심야교습을 현행대로 밤 10시까지 제한하는 내용의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수정안을 표결에 붙여 재석 89표, 찬성 70표, 기권 19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상임위를 열어 학원의 교습시간과 시설기준을 현행조례 그대로 두되 배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학원 심야교습 문제는 지난해 3월 교육부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본격화됐다. 시도교육청이 조례 개정을 통해 학원 교습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던 것.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1시로 1시간 늘리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시의회 교육문화위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의보류키로 결정했다.

정권이 바뀌자 교육문화위는 새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맞춰 아예 규제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굴복, 결국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학원 교습시간을 둘러싼 논란은 1년여 만에 ‘1시간 연장’도 ‘24시간 허용’도 아닌 원점으로 회귀하게 됐다.


◇ 교원단체 “당연...지하실 교습안도 철폐해야" = 그 동안 ‘학원 24시간 교습’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교원단체들은 서울시의회의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새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공교육 강화를 위한 것이지 사교육 활성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의회 결정을 반겼다.

다만 그는 “1주일 만에 철회할 정책을 비상식적으로 강행하려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 후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른 시도교육위도 학원 심야교습 규제를 철폐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든 혼란의 출발점은 새 정부 교육정책이 가져온 사교육 열풍인 만큼 하루 빨리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선 앞두고 정치적 부담”... 재추진 가능성 = 한편 서울시의회의 이번 결정에는 ‘4.9 총선’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한국교총의 한 관계자는 “학원 교습시간 문제가 언론에 크게 오르내리면서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며 “시의회 사람들이 한나라당 소속이 많은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친MB 교육단체로 분류되는 교육강국실천연합의 한 관계자도 “사실 서울시의회의 학원 교습시간 규제 철폐안은 현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며 “다만 때와 방식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철폐라는 방향은 맞았지만 부처 통폐합으로 국정운영 능력이 떨어지고, ‘4.9 총선’까지 앞둔 시점에 정책을 추진한 것은 무리였다는 것.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설득작업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절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현 정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신중하고 섬세한 정책 추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문화위도 수정안 통과 후 "향후 공청회 등 시민여론과 각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조례를 보다 심도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 잇따른 정책번복...MB 교육개혁 '험로' 예고 =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의 잦은 교육정책 번복이 정책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고 나아가 새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은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비위 교직원 명단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여 만에 철회했다. 지난 1월에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영어 몰입식 교육’을 선언했다가 곧바로 철회한 바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1주일만에 철회할 걸 왜 난리를 쳐서 가뜩이나 바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오락가락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전혀 작동되지 않아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도 향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단계적, 점진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육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통합에 따른 정비가 덜 된 부분도 있지만 새 정부가 교육부의 권한 축소를 워낙 강조해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시범 케이스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해 전체적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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