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獨 Bund에 추월·마진콜 수모도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3.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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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가산금리 역전, '최고 안전'신화 깨져...'헤어컷'적용까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 국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가산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독일 국채보다 높아지는가 하면 월가의 일부 금융회사들은 미 국채 담보 채무에 대해서도 '마진콜(담보부족분 충족 요구)'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6bp(0.16%)가산금리로 거래됐다. 반면 이날 10년만기 독일 국채(분트:German Bund) 가산금리는 15bp로 미 국채 수익률보다 낮게 거래됐다.



◇ "부실 금융권 유동성 지원, 정부 건전성 악화"

미 국채 수익률 가산금리가 다른 채권보다 높게 거래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BNP파리바의 우량채권 매매 책임자인 파브리지오 카파나는 "미국 정부도 신용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면역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며 "미국의 부실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이날 신용위기 타개를 위해 금융권에 모기지 증권을 담보로 2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신규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미 국채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신용부도 스왑.CDS)) 금리는 1.6bp로 독일 분트의 2.5bp보다 크게 낮았다. CDS는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보험성격의 파생상품으로 기업이나 국가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가산금리(비용)가 낮을 수록 부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세계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투자가들이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로 보유자산을 교체,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가격상승)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표 이후 미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가격하락)하고 있다.

◇ 국채에도 최고 3% '헤어컷' 적용사례 등장...확산될수도



월가에서는 미 국채 담보 채권에 대해서도 이른바 '헤어 컷(Hair-cut:평가손 인정비율)'을 적용해 마진콜을 행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헤지펀드같은 투자회사들은 매입하려는 채권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다. 집을 살때 매입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채권금융회사는 채권값의 일부에 대해 헤어컷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담보채권의 시장가치가 100달러라고 하더라도 5%의 헤어컷을 적용하면 95만달러만큼의 담보가치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산가치가 하락하거나 채권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헤어컷'비율을 높게 적용해 추가로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손버그, 칼라일 등 투자회사들이 마진콜로 인해 디폴트 위기에 빠진것도 이같은 과정때문이다.



'AAA'등급 모기지채권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까지 3% 정도의 헤어컷이 적용됐지만, 현재는 최고 15%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채는 0%의 헤어컷을 적용하는게 지금까지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최근 최소한 한군데 이상의 은행이 미 국채에 대해 0.25%∼3%의 헤어컷을 적용, 자산가치 부족분에 대해 채무자에게 마진콜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부도가 날 위험성은 없지만 미 국채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자산가치 하락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 미 국채에도 헤어컷을 적용하는 금융회사들이 더욱 늘어날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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