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직설화법에 공직사회 '휘청'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3.11 17:39
글자크기

기획재정부 이어 외교부서도 강한 불만 토로

MB 직설화법에 공직사회 '휘청'


이명박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이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10일 첫 업무보고에서 '머슴론'으로 기획재정부를 뒤흔든 대통령은 11일 외교통상부에서는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는 '국익론'을 화두로 던졌다.

게다가 참여정부 시절 코드외교에 흔들린 외교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리고 반성을 촉구하는 등 이틀째 '군기잡기' 발언이 이어졌다. 이처럼 작심발언이 잇따르자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공직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타파하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과거 행태에 불만있다" =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외교통상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렸다. "나는 외교부가 과거에 했던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니 만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불만이 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공개석상 발언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비판이다. 공직자에 대한 대통령의 불만이 어느 수위까지 와 있는지를 엿볼수 있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불만 사례를 하나하나 나열했다. "오랜 동맹국인 미국,일본과의 관계에서 외교통상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또 6자회담에서도 한국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대미관계와 관련, "외통부에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무엇이 국익에 도움되는지 생각하지 않고 여러갈래로 의견을 달리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가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국제외교라는 측면에서 지혜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참여정부처럼 코드를 앞세운 자주외교 등 허황된 이념에 매달려 외교가 왔다갔다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권에서 불어온 바람이라고 해도 공직자들이 이념에 휘둘리고 따랐던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친미,친중 없다,국익이 최고"= 이명박 대통령의 전가의 보도인 '실용'이 외교에도 등장했다. "외교도 철저히 국익을 위주로 한 실용주의 외교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나는 친미(親美)도 친중(親中)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시대에 국익이 서로 맞으면 동맹이 될 수 있지만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고 단언했다. 어느 나라든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함께 갈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 역시 국익에 위배되면 한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슬기로운 외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각 나라와 한국의 국익을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 발언의 최고 포인트는 '국익론'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용주의 외교'"라고 말했다.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대통령은 자신을 맹목적인 친미주의자로 보는 시각을 불편해 한다"며 "오늘 발언은 외교도 국익 측면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외교통상부 안팎에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실용외교의 한 사례로 자원외교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며 "그 중심에 외교통상부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北과 셔틀외교 못할 이유없다"= 대북 관계 발언도 주목 대상이다. "북한은 언젠가 하나가 돼야할 우리의 조국이 틀림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거리두기'로 일관해온 종전까지의 입장에서 한걸음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남과 북의 자세변화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정상회담 정례화를 거론한 것도 관심거리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도 양국 정상이 서로 오가는 셔틀외교를 하는데 북한과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과 언제 어느때든 자주 만나야 한다"고 했다. 별다른 실익없이 만남을 위한 만남은 사양하겠다는 기존 주장과 차이가 드러난다.



다만 "남북간 대화의 자세는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념을 넘어 양쪽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며 특히 남과 북 모두 서로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적하는 것은 대북전략 측면이 아니라 인류,인간의 보편적 행복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셔틀외교 발언에 대해 "'대북전략'이니 '대남전략'이니 하는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다뤄서는 안되고 남북 지도자가 민족의 장래를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한다면 언제든지 만날수 있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