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60일, 멈춰선 삼성의 경영 시계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3.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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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겹쳐 정치적 이용 가능성..향후 수년간 경영차질 여파 우려

삼성 특검 1차 수사기한 60일이 9일로 끝났다.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지난 1월 10일 출범, 60일 동안 수사했고 10일부터 30일 연장 수사에 들어간다. 삼성에게는 지난 두 달이 '멈춰선 60일'이었다.

멈춰선 삼성 경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30일에서 최대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대선 전과 총선 전의 폭로=지난해 10월 29일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삼성 그룹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삼성의 경영시계는 느려지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이어진 폭로는 삼성에게는 '월요병'이 될만큼 매주 이어졌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사기업'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를 멈추게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월 10일 특검이 출범한 이후 곧바로 시작된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과 임원들에 대한 줄 소환으로 60일간의 삼성의 경영은 사실상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총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 내에도 삼성 '떡값 검사'가 있다는 폭로를 함으로써 삼성 특검의 30일간 연장을 압박하고, 정치권에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사제단이 순수한 열정으로 이같은 결단을 했다고 하더라도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시점마다 이어진 폭로는 순수성을 의심하는 측에게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삼성 특검의 2차 시한인 4월8일의 다음날이 총선이어서 삼성 특검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멈춰진 시계 언제 돌릴 수 있나=지난해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날로부터 2차 시한이 끝나는 4월8일까지 약 6개월간 삼성의 경영시계는 멈춰진 상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 출범 후 2달간 30명(이재용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전무, 2차례 소환자 이학실 실장 등 포함)의 부사장급 이상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했다. 이들에 한명 이상의 사장단 인사를 부른 것이다.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전무급 이하 소환된 임원들의 수는 더 많다.

또한 삼성 그룹 본관과 삼성전자 본사, 삼성증권, 삼성화재, 에버랜드 등과 이건희 회장 및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임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주요인사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단행됐다.



이로 인해 삼성은 가장 중요한 투자전략 수립을 하지 못했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20주기 추도식이나,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사장단 및 임원 간부 인사가 연기되거나 행사가 축소돼 진행됐다.

조직개편이나 신규채용, 주주총회 등도 계획이 변경되거나 아직 정확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영의 시계가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멈춘 것이다.

삼성특검이 한차례 시한을 연장해 내달 8일까지 이어지고, 그동안의 수사 사항을 총정리하기 위해 한차례 더 15일간의 수사기한을 연장할 경우 특검은 4월 23일 끝나게 된다. 특검 수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측에서는 이를 다시 검찰로 넘겨 재수사를 요구하려는 등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멈추진 삼성의 경영시계가 언제 다시 제대로 작동할 지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늦춰진 계획들이 가까이는 올 하반기, 길게는 향후 수년간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고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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