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실직=경기후퇴, 내 실직=불황"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2008.03.04 12:31
글자크기

[이미지 리더십]리더는 '희망화법'으로 말해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어떤 것부터 들을래?" 어리석은 질문이다. 누구든 나쁜 소식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말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읽고 배려할 줄 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더라도 최대한 상심하지 않게 희망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듣는 이에게 용기를 준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산적한 과제와 침체된 경제상황 속에서 민심을 챙기고 국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의 출발이다. 미처 취임식을 하기도 전인, 임기 시작일 0시부터 업무를 챙겼다는 부지런한 그 분께 가장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말씀 관리'를 잘 해주십사하는 것이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건 '희망 화법'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나라를 끌고 가야하는 대통령에게 말은 무엇보다 중요한 통치 도구다. 말 한마디에 민심이 움직이고 천심을 일구기 때문이다. 종종 대통령의 화법은 국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막대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후에 영국의 BBC 방송으로부터 '자신의 최대 약점인 단순함 그 자체를 힘으로 변모시킨 인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그 좋은 예다. 레이건이 대권에 도전한 70년대 말의 미국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해 미국은 산업대국 일본에 곧 점령될 것처럼 보였다. 국민은 낙담해 희망을 잃고 사회전반에 무기력이 팽배해있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레이건은 미국이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를 역설했다.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어휘와 단순한 논리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웃이 실업자가 되면 경기 후퇴다. 당신이 실업자가 되면 불황이다. 그리고 지미 카터 대통령이 물러나면 경기 회복이 시작된다"고 역설했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레이건의 승리는 미국민에게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다시 번영할 수 있다.'라는 뜻이었고 '국가적인 희망' 그 자체였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레이건은 희망화법을 잃지 않았다. 81년 저격을 당한 후 태연히 "피하는 것을 잊었어"라는 농담을 건넸고 86년 우주왕복선 챌린지호가 폭발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희망과 여정은 지속됩니다"는 말로 국민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리더에게 희망화법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은 희망화법이란 단순한 화법이 아닌 의지이자 생각의 틀이고 표현의 노력이 합쳐 이루어내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희망 화법은 말의 뒷 단에 비전과 목표, 열정적인 의지가 자리한다. 이성적인 논리와 현실적인 계획이 없을 때 리더가 말하는 희망은 감정을 자극하는 하소연이 되거나 공허한 꿈 따먹는 이야기가 될 뿐이다.
 
비전과 의지라는 컨텐츠가 있다면 그것을 단순하고 쉽게 또 재미있게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마음에 파고 들어 가슴을 울리는 전달을 거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희망화법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수려한 문장이나 전문용어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짧고 간결하고 쉬운 용어와 문장, 단순한 논리가 훨씬 와 닿기 마련이다.
 
희망 화법에는 감동과 공감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최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부상하고 있는 오바마는 주로 '나(I)'를 주어로 내세우는 힐러리에 비해 '우리(we)'를 강조하는 화법을 쓴다.

힐러리가 '나의 연륜으로 이를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하면 오바마는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자'고 말하는 식으로 표현한다.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힐러리에게 오바마는 '우리'를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희망 화법은 눈높이를 맞추는 데서 비롯된다. 상대의 키를 보고 자신의 무릎을 구부릴 줄 알아야 하고 상대가 알아 듣기 쉬운 말로 명료하고 밝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진정한 희망 화법은 강력한 의지를 나누고 이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구현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새 대통령이 미래에 관해 말하고,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주장하는 것은 더 없이 반갑고 기대되는 일이다. 재임기간 내내 희망을 말하는 대통령의 자신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진심으로.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