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FX스토리]왜 경상적자에 주목하나

더벨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 2008.03.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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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초'를 다투며 피 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곳은 정글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기사는 03월03일(11: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율이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경상수지가 11년만에 처음으로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6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대외경제가 불안에도 두 자리수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튼튼한 재무구조 등 1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우리나라의 경제체질 및 세계경제에서의 위상, 세계 경제 구도의 변화 등을 생각할 때 경상수지 적자 전환만을 가지고 야단법석을 떨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외환 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던 두가지 변수인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와 단기외채 급증이라는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향후 세계 경제 환경이 지난 5년간의 호황보다는 못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상적자의 위험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1년전 경상적자의 확대는 수출 감소, 수입 증가 및 서비스 수지 적자 확대가 결합된 결과였다. 대표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던 반도체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은 가파른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1996년 반도체 가격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당시 외신들로부터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소비재에 대한 수입이 크게 늘었고 해외여행 역시 급증하면서 서비스 수지까지 적자 폭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1996년 경상수지 적자는 유사 이래 최고 수준인 231억 달러로 큰 폭 확대되면서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편 최근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유와 곡물을 비롯한 세계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수입의 가파른 증가 때문이다. 외환 위기 이후 원화 가치 하락과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흑자로 전환된 경상수지는 2004년, 281억달러 흑자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는 적자 전환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해 중반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가 무역흑자를 갉아 먹으면서 경상 흑자 폭을 줄여왔는데 작년 4분기부터는 수입의 급증이 가세하면서 경상수지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9월,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는 2005년 골드만삭스에서 나왔던 100달러 상승 전망을 현실로 만들었고 밀 가격은 작년 10월 저점 대비 60% 이상 급등했다. 더구나 올 들어 원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세 현상을 보이면서 과거 몇 년간 원화절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상적자가 반드시 그 나라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수십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상품통화 국가는 호주와 뉴질랜드다. 호주의 경상적자는 GDP대비 6%에 달하고 뉴질랜드는 무려 9%에 육박하고 있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미 달러 약세의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과도한 경상적자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경상적자만으로는 환율에 주는 영향을 단정지을 수 없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상품가격의 급등으로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G10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차와 경제상황은 결국 이들 국가의 자본수지에서 명암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즉 경상적자의 대부분이 해외에서의 대규모 자본유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상적자 중 80% 가량은 다름 아닌, 해외자본투자에 대한 배당이나 채권이표(쿠폰) 지급에 의한 소득수지 적자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더라도 이는 경상적자 축소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는 수년째 대규모 경상적자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상품통화 국가인 남아공도 GDP의 8%가 넘는 경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남아공 랜드(Rand)화는 호주달러나 뉴질랜드 달러와 대조적으로 2006년 중반부터 25% 이상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올 들어 남아공이 전력난으로 원자재 수출에 차질이 발생했고 정치적인 불안정도 최근 랜드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경상수지의 구성 내역에서도 랜드화의 약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남아공 경상적자의 주범은 오세아니아 국가들과는 달리 소득수지가 아닌 무역수지 적자에 의한 것이다. 즉, 수출은 정체국면인 반면에 수입은 제조업 설비와 소비재를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경상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상흑자 국가인 일본은 1980년대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와중에서도 한번도 경상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또한 대규모 경상흑자에 따른 통화절상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서 해외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일본의 국제수지는 자본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흑자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경상흑자에서 무역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한 반면 해외투자에 따른 소득의 증가로 소득수지의 비중이 대폭 늘어 서비스수지의 고질적인 적자까지도 커버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본의 수입증가율도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화와 상품가격에 대한 적극적인 헤지를 통해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최근 1~2년간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본식 모델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줄어든 무역수지를 보전할 소득수지의 증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인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증가율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고 해외여행, 유학 등으로 서비스 수지의 적자 확대의 고착화로 인해 경상수지가 이미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상황에서 수출 모멘텀이 약화된다고 하면 외환수급은 지난 6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경상적자는 매우 위험하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는데 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외균형을 위해 정부가 환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은 환율보다는 대외경기 상황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세계에 엄청난 물가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어서 오히려 경상수지를 조절하기 위한 환율정책이 화를 부를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원화 절상이 수입물가를 안정시켰고 원자재 수출로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수출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 경기 둔화로 수출의 추가적인 증가에 한계가 있는 반면 서비스수지가 악화되고 해외투자는 급증하면서 외화유출 규모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에서 맞이하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우리 경제에 위험요인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으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에 동승하지 못할 경우 경상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월드&FX스토리]왜 경상적자에 주목하나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 약력]

07년~현재: 삼성선물 리서치팀장
05년~06년: 우리은행 파생금융팀 프랍트레이더
01년~05년: 삼성선물 리서치팀 외환애널리스트
95년~01년: (주)핀텍 외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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