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참여정부가 남긴 것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2.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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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24일로 막을 내린다. 역사의 평가는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당장의 평가는 평균 이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 자체가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노 대통령은 한 때 "차가 막히는 것도 노무현 탓"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참여정부 정책과 관계가 없는 일에서조차 국민들의 욕을 먹어야 했다. 초기에 90%대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얻었던 노 대통령은 왜 이처럼 극심한 민심의 이반을 맛봐야 했던 것일까.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언어와 태도에서 품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는 준비가 부실했던 것 같다"(2007년 11월 KTV와의 인터뷰)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태도가 대통령답지 못했고 말투나 발언의 내용이 대통령답지 못해 '해온 일'에 비해 평가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국정운영 성과에 비해 평가를 못 받아도 한참 못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세력이 극렬히 반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밀어붙여 타결지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장기적인 국익을 생각해 내린 결단이었다.



한미FTA 외에도 한-칠레, 한-싱가포르 FTA를 체결했고 한-아세안, 한-캐나다, 한-유럽연합(EU) FTA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 개방을 통해 10년 후, 20년 후의 '먹거리'를 마련하는데 주력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경제가 어려운 중에도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던 것 역시 반대파조차 인정하는 '업적'이다. 이 결과 참여정부 후반이 될수록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제의 장기적인 체질이 강화됐다.

참여정부에 대해 기업인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이 2가지와 더불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불법 선거자금을 없앴다는 점이다. 강력한 부패 척결의 의지 덕분에 대선 때마다 재벌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줄을 서며 물밑으로 정치자금을 대야 했던 관행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기업은 정치에 신경쓰지 않고 기업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을 권력의 시녀로 삼지 않았던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국정원이 경우 막판에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참여정부 5년 내내 청와대를 권위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한 점은 평가할만하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점과 5년 내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청와대발 깜짝 뉴스'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여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연간 경제성장률 4~5%,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 주가 1700선 돌파 등 지표상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서민들의 삶의 질은 악화될대로 악화돼 갔다.

노 대통령은 임기 내 12번이나 쏟아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외면한 채 규제에만 치중한 탓에 수도권은 물론 전국 집값, 땅값을 폭등시켰다. 이 때문에 내 집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난 반면 부동산 부자들은 재산이 늘어나 양극화가 심화됐다.

또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음에도 가구당 사교육비가 참여정부 내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나 역시 중산층 가구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났다. 실용보다는 이론에 강했던 탓에 경제정책의 외면은 그럴 듯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는 질 높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공무원수가 참여정부 기간 동안 6만6000명이나 늘어나 정부가 비대해지고 국가채무가 국민의 정부 말 127조원에서 참여정부 5년간 301조원으로 1.5배나 늘어난 것도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와 더불어 충분한 소통 없이 쏟아낸 각종 이념적 정책이나 구상들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연정 제안이나 임기 말 개헌 천명, 임기 며칠 전까지 거부권을 운운하는 모습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고 실질 없이 논란만 키웠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북한 핵실험 등 외교와 통일 문제에서 국민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해 불안에 떨게 했던 것도 참여정부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막무가내식 기자실 폐쇄 등 언론 취재 제한 조치는 충분한 소통 없이 '이게 옳다'고 결정이 나면 밀어붙이는 참여정부식 정책 추진의 전형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은 '통합'을 강조했으나 한미동맹과 대북이슈로 인한 이념 갈등, 집값 폭등 및 청년실업 증가 등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 균형발전정책으로 인한 지역 갈등 등으로 인해 통합을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마도 참여정부가 인기가 떨어졌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소리는 요란한데 서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속은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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