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저인망식 탈피 선별집중 수사로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2.2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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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출금 해제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저인망식 수사'에서 '선별과 집중을 통한 수사'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온 특검팀이 짧은 수사기한 등을 고려해 핵심 관련자들을 선별하는 등 효율을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근 검찰 특본 수사 당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특검이 이처럼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선처(?)'를 베푼 배경은 황 전 회장이 삼성의 차명의심계좌 개설에 직접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명계좌 개설을 직접 도와 준 금융기관 직원만을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을 고려할 때 차명계좌 개설.관리에 직접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한 황 전 회장을 계속 잡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조치는 그 동안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쳐 온 특검팀이 삼성 비자금의 실질적인 운용자를 가리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수사 대상자들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은 수사기한 등을 고려해 검찰 특본 수사에서 관련 혐의나 증거를 찾지 못한 인사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사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전 회장은 출금이 해제됨에 따라 박해춘 현 우리은행장과 함께 오는 26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등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특검팀은 차명계좌 수사와 관련, 현재 3090명을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계좌 개설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비자금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비밀번호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0000' 또는 '1111'로 돼 있는 계좌와 1원 단위까지 출금된 뒤 폐쇄된 계좌, 주식거래에만 이용된 계좌 등을 차명계좌로 보고 분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삼성 측이 임직원들의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명의까지 빌려 차명계좌를 개설, 관리해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추적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다만, 이 계좌들 중 1명의 명의로 된 중복계좌와 개인계좌가 포함돼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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