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버냉키 경고' 나흘만에↓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2.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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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 강조, 금리인하 기정사실화 불구 불안심리 자극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밸런타인데이 증시를 주저앉혔다.

최근 사흘간 상승세를 즐겼던 투자자들이 버냉키의장의 발언을 단기차익실현 신호로 받아들였다.

"필요하다면 행동에 나서겠다"는 금리인하 가능성보다는 "신용위기가 경제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는 현실인식이 취약한 시장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대비 175.58포인트(1.40%) 떨어진 1만2376.6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8.34포인트(1.34%) 밀린 1348.87로 마감했다. 나스닥100지수 역시 41.39포인트(1.34%) 내린 2332.54로 장을 마쳤다.

제퍼리스 앤 컴퍼니의 아더 호간 수석 시장 분석가는 "버냉키 의장이 이전보다 훤씬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악화될 것이라는 연준의 시각이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1월 소매 판매 실적이 예상을 뒤엎고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가 꿈틀거렸던 탓에 실망감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버냉키의장의 발언보다는 중동정세 불안과 유가상승이 차익실현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피터 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이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금융주, '신용경색'경고 직격탄..채권보증사는 강세


'신용위기가 경제성장을 제한할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경고는 금융주에 대한 매물로 이어졌다.

JP모간이 3.4% 하락하며 다우지수를 끌어내리는데 선봉에 섰고, 씨티 2.3%,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2.5%, 뱅크오브 아메리카 2.5% 등 각 금융부문 대표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미끄러졌다.
모기지 부실에 대한 불안감이 상기되며 모기지업체 프레디맥도 2.9% 하락했다.



금융주 중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직면한 세계 최대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MBIA의 주가가 강세를 보여 주목됐다.
찰스 채플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위원회 서면 증언에서 채플린은 MBIA가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연방당국이 채권보증업계를 감독하거나 긴급구제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MBIA의 주가는 8.4% 급등했다.
더불어 2위 채권보증업체 암박의 주가도 12.4% 동반 상승했다.

다른 다우 지수 구성 블루칩 중에서는 인텔이 골드만삭스가 '적극 매수'리스트에서 제외한 여파로 3.5% 주가가 내려갔다. 골드만삭스는 인텔이 컴퓨터 판매 둔화로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유가 상승에 힘입어 정유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셰브론이 0.9% 올랐으며 엑손도 0.1% 강보합권으로 장을 마쳤다.
실적 호조세를 보인 컴캐스트도 8.4% 급등했다.



◇ 유가 95달러 돌파, 달러 약세

국제 유가가 이틀째 상승하며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2달러 19센트(2.3%) 급등한 배럴당 95.46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전날에도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증가량이 예상을 밑돌면서 배럴당 49센트 상승한 바 있다.

이날 일본이 4분기 경제성장률이 3.7%에 달했다고 발표한 점도 국제 원유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다.

전날 미국의 소매판매가 예상외의 증가세를 나타낸 점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확산시켰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의 발언 영향으로 달러화는 주요 통화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오후 4시20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4637달러로 전날의 1.4569달러에 비해 0.68센트(0.46%) 상승(달러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07.91엔으로 전날의 108.27엔 대비 0.36엔 하락(엔화가치 상승)했다. 이날 일본은 4분기 경제성장률이 3.7%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캐리트레이딩 청산 여건이 마련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 버냉키, "FRB 필요하면 추가 행동"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FRB는 경기 하강 리스크에 적절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 시기적절한 방법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버냉키는 "한동안 성장이 부진하겠지만 통화 및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게 될 올해 말부터는 경기 성장세가 다소 빨라질 것"이라면서도 "경기 하강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신용경색은 앞으로도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수개월동안 경제 전망은 악화됐고 경기 하강 리스크는 커졌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금융업계의 손실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더했다.

◇ 美 지난해 무역적자, 6년만에 감소



미국의 지난해 12월 무역적자가 수출 호조와 수입 감소에 힘입어 전월보다 6.9% 감소한 58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6년 10월 이후 14개월래 최대 감소폭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615억달러를 밑돌았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모두 7116억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 7585억달러에서 6.2% 줄었다. 연간 무역적자가 감소한 것은 200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9일 마감한 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는 전주보다 9000명 줄어든 34만8000명으로 집계돼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34만7000명을 소폭 웃도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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