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BNG증권 인수'의 이중포석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2.13 14:35
글자크기

두산캐피탈 성장한계 극복, M&A 조직 전열정비

이 기사는 02월13일(12: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산 (164,900원 ▲1,600 +0.98%)은 왜 BNG증권을 사들인 걸까.



딜이 마무리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사업연관성이 적어보이는 증권사를 인수한 목적이 석연찮고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모호하다.

중공업 그룹이 느닷없이 증권사를 인수한 게 가장 큰 의문이고, 중견 그룹이 고작 91억원짜리 매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더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를 얻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경쟁업계의 분석도 일리 있다. 일부 시각처럼 증권업을 대대적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면 시장에 나와있는 규모가 제법 큰 매물을 인수대상으로 삼았어야 한다.

매물의 한계 때문에 큰 의미부여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기업인수합병(M&A) 업계에서 '저격수'로 이름난 두산이기에 긍적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물밑작업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이 딜에 복수의 포석이 숨어있다고 입을 모은다. 외환위기 이후 십여차례의 M&A를 통해 주력사업을 교체한 두산에게 이 딜은 크게 2가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첫번째는 금융사인 두산캐피탈의 성장한계 극복이다.

BNG를 인수한 주체는 두산캐피탈. 연합캐피탈이 전신인 이 계열사는 그룹이 지난 2006년 12월 인수한 여신금융 전문사다.



↑ 두산캐피탈 재무지표↑ 두산캐피탈 재무지표


할부리스나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두산캐피탈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중공업과 사업시너지를 낸다.

두산인프라가 굴삭기를 만들면 자금여력이 없는 수요처 대신 임시로 제품을 인수하고 일정기간 대여해 대금을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발전시설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스로 자금을 조성, 수요처와 협의해 상환방식을 설정한다.

두산캐피탈은 그룹이 해외사업을 크게 확대하면서 인수 1년 만인 지난해 12월, 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제조 계열사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감안하면 사업확장 결과는 기대에 못미친다.



두산, 'BNG증권 인수'의 이중포석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사가 가지는 BIS 자기자본비율 제한이다. 제조 계열사가 주문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두산캐피탈이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일감을 더 맡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는 자본금을 늘려야 풀리지만 두산캐피탈의 영업구조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산캐피탈의 계열사가 된 BNG는 이 문제를 푸는 해답이다.

BNG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두산캐피탈의 자본금 확충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의미다. 두산캐피탈은 앞으로 외부수혈없이 자체적인 영업이익은 물론, BNG의 이익금을 자본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력질주에 가속도를 낼 심장이 두개로 늘어난 셈이다.



BNG 인수를 통해 두산이 노리는 두번째 수확은 M&A 주력부대의 전열정비다.

두산의 재무담당 경영진은 과거 3M과 코카콜라, 네슬레, OB맥주 등의 한국법인을 모두 팔고 대우종기, 한국중공업 등을 인수해 M&A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들은 차분히 실력을 쌓은 내부인력과 화려한 이론으로 무장한 맥킨지 출신의 외부인력이 조화를 이뤄 웬만한 외국계 투자은행(IB)보다 실력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이 멤버 중 소수를 독립시키고 (주)두산이 100억원을 출자해 지난 2000년 4월 창업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를 설립했다. 구조조정조합으로 시작한 이 조직은 7년만에 기업전략 컨설팅과 창업벤처투자, M&A자문은 물론 직접투자금융을 실행하는 역동적인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 구도 아래에서 우선 BNG는 백오피스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전체적인 성장전략이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능이다. 수조원 이상의 M&A를 수행하는 그룹의 전략기획팀과 수십~수백억원 규모의 미들딜을 다루는 네오플럭스가 있기 때문에 이들 노하우를 집결할 센터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그룹의 금융전문인력이 일할 조직의 포트폴리오도 완벽해 진다.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핵심인재가 BNG로 옮겨와 IB 업무에만 특화한 증권사로 성장할 수도 있다. 두산도 BNG를 IB업무에 특화한 증권사로 키우기 위해 필요부문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기울일 계획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