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에게 '한방' 먹이기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2.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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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이틀째 순매수 일부 '숏커버링'…주가 상승시 되레 손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빌린 다음에 이를 되갚는 거래를 말한다. 대차거래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판 다음에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수익을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을 예로 들어 보자. 투자자 A씨(외국인)는 중국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현대중공업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내다파는 것)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A씨는 증권예탁결제원을 통해 현대중공업을 가지고 있는 B씨(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에게 10만주를 빌렸다.



올 첫 거래일인 지난달 2일 종가인 43만5000원에 빌린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 A씨는 435억원의 현금이 생긴다. 한달후 A씨는 B씨에게 갚을 현대중공업을 사들인다. 1일 종가인 32만5500원에 10만주 모두 사들이면 322억5000만원이 든다.

이 같은 거래로 A씨는 112억5000만원을 챙길 수 있다. 물론 A씨는 B씨에게 주식을 빌려준 대가를 줘야 하고 중개수수료(증권예탁결제원)과 매매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로 들었지만 추정컨대 지난달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대차거래는 총 4884억원이 이뤄졌고 대차거래의 90%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외국인이 내다판 3743억원어치의 현대중공업 주식은 이 같은 대차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의 대차거래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종목이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일의전략]외인에게 '한방' 먹이기


지난달 가장 많은 대차거래가 이뤄진 현대차 (250,500원 ▲4,500 +1.83%)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방식으로 A씨는 현대차 10만주를 지난달 1일에 빌려 종가인 6만8500원에 전량을 매각했다. 68억5000만원의 현금이 생겼고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1일 종가인 7만1200원에 10만주를 사들였다. 매입에 사용된 돈은 71억2000만원으로 2억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A씨는 눈뜨고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16일 장중 6만1900원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A씨가 1월 저가인 6만1900원에 현대차를 되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급등하는 현대차를 보고 이익을 확정하기 위해서 주가가 6만8500원이 되기전에 주식을 사뒀을 것이다.



숏커버링. 숏(매도)를 친 종목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사는 것이다. 4일 외국인은 269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이틀째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달 8조545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나아져 주식을 팔 이유가 없어진 것도 있으나 일부는 숏커버링이라는 분석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물량 중 일부는 숏커버링으로 추정된다"며 "연휴에 뉴욕증시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대차물량을 정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숏커버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수가 떨어졌지만 사상 최대의 대차거래를 실시한 외국인은 이익을 챙겼다. 몇 년전에 사두고 많이 올라 내다판 것도 있겠지만 빌려서 높은 가격에 팔고 낮은 가격에 되사서 갚은 것일 수도 있다.

숏커버링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추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에 '대차거래'라는 꼬리표가 달리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달 주가가 급락한 것은 외부요인도 있겠지만 대차거래로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과 개인의 투매 물량을 이끌어낸 외국인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외국인에게 '한방' 먹일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하다. 비싸게 숏커버링을 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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