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 강요 마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1.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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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정부조직개편 서명 못해"…거부권 행사 가능성 시사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부처들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서 통과된 법만 믿고 새 정부 구성을 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그야말로 발목잡기를 했다고 저에게 온갖 비난을 다 퍼부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거부권 행사) 예고를 한 것"이라고 밝혀 거부권 행사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 할 수 있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부처 통폐합이 일반적인 정책의 문제라면 떠나는 대통령이 굳이 나설 것 없이 국회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서명 공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참여정부가 공을 들여 만들고 가꾸어 온 철학과 가치를 허물고 부수는 것이라면, 여기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라며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가 하는 것을 보고 말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에 맡겨 둘 일이지 대통령이 왜 미리 나서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한 뒤 "저도 정치권이 어떻게 하나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통일부와 여성부 존치를 주장하고 있을 뿐 다른 부분은 대체로 '부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인수위원회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기능 조정을 모색하는 것 같다"며 "그러다가 참여정부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넘어왔을 때, 그 때 재의를 요구한다면 새 정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에서 통과된 법만 믿고 새 정부 구성을 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그야말로 발목잡기를 했다고 저에게 온갖 비난을 다 퍼부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리 (거부권 행사) 예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에 충고한다. 인수위는 법에서 정한 일만 하시기 바란다"며 "인수위가 부처 공무원들에게 현 정권이 한 정책의 평가를 요구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여 보고하라고 지시 명령하는 바람에 현직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또 "이것은 인수위의 권한 범위를 넘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공무원이 장래의 인사권자에게 부당하다 말할 수 있겠나"라며 "참여정부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일, 그것도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하는 일은 새 정부 출범 후에 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직 현직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야 할 공무원에게 그런 일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일이다. 새 정부가 할 일은 새 정부에서 하는 것이 순리이다"라며 "아무쪼록 국회가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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