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느닷없이 '공항 귀빈실' 인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8.01.24 12:41
글자크기

[CEO에세이]진정한 '친기업적' 마인드에 대해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부딪치는 반도다. 한반도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매우 중요한 반도 VIP(Very Important Peninsula)다. 그런 VIP중 VIP(Very Important Person)가 CEO다.
 
오래 전에 들은 뼈가 있는 우스개 얘기다. 언덕 위로 집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끙끙대는 일꾼이 있었다. 학자가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

“언덕의 각도가 몇 도이므로 힘의 방향을 몇 도로 주어야 올라갑니다.” 그러나 수레는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정치가가 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는 웅변을 토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체만체했다.



언론인은 수레가 잘 오르고 있는지 정치가가 도와줄 사람을 동원하는데 성공하는지, 또 학자의 견해가 어떤지 취재하기 바빴다. 법조인은 수레가 차도(車道)로 들어와서 법에 저촉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그 때 팔을 걷어붙이고 수레를 힘껏 미는 이가 있었다. 바로 CEO다. 수레는 힘차게 올라가서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우리는 위대한 사상들을 가장 열성적으로 채택하고 실천해 왔다.” 잭 웰치의 말이다.

◆매우 중요한 반도 VIP의 매우 중요한 사람 VIP, CEO
 
CEO는 실천하므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이들이라는 뜻이다. 마침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는 ‘친기업적’(Business Friendly) 이라고 하여 기업인들이 한껏 기대가 큰 것 같다.
 
‘카톨릭의 원로’ 몬시뇰 정의채 신부는 노무현정권 초반부터 비판과 고언을 아끼지 않아온 카톨릭 성직자다. 몬시뇰은 ‘나의 주님’이란 뜻의 프랑스어가 어원이며 주교품을 받지 않은 원로 성직자에 대한 경칭이라 한다.
 
“첫째도 실천, 둘째도 실천입니다. 지금 인수위를 통해 많은 이상과 포부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들은 말보다 실천을 기다리며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당선자 스스로 밝힌 ‘살 집을 제외하고는 다 바치겠다’는 공언을 당장 실천해야 합니다.” 정 신부의 말이다. 그는 또 “진정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모두의 희생과 고통감수를 진지하게 요구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공약이 국민 모두를 정부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잘 살게 해주겠다는 말로 착각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쓴 소리이지만 근면과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느닷없이 공항귀빈실을 기업인들에게 사용케 하겠다는 인수위 발표가 있었다. 나라의 VIP인 CEO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발상은 좋았다. 모 신문 칼럼의 지적처럼 여태까지 국회의원이나 판검사와 공무원들의 ‘밥’이 되어온 기업인을 다시 보자는 뜻이다.



단연 사회 공헌 정도에서 기업인이 제일 윗자리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이 꼭 거기를 거쳐서 드나들어야 하는가, 민초들과 섞이지 않겠다”는 특권의식은 아닌가하는 반문이 생겼다.
 
◆CEO가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민주주의는 특권을 지양한다. 가문, 재산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1000명의 기업인 선발을 요청받은 재계가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 난감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대기업 CEO들은 귀빈실에서 자주 부딪치며 공직자들에게 뭔가 요구받을까 걱정이라는 말도 들린다. 명절 때나 선거철이 오면 해외로 슬그머니 피하는 CEO들이 있다는 게 현실 아닌가. 더구나 공항귀빈실 사용 증폭에 대한 예산은 국민들 부담이다.
사실 귀빈실 사용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기업인을 중히 여기는 국민들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빈실 사용같이 반짝하는 아이디어보다 공직자에게는 물론 CEO들에게 함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게 진정으로 친기업적 마인드가 아닐까.

쩍하면 분식회계와 비자금으로 대기업의 CEO들이 법정에 오가는 판에 귀빈실은 무슨 귀빈실인가. CEO가 진정한 실천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조적 부패지양 외에 일곱 가지 덕목이 긴요하다. 바로 `7S`다.


Simple. 목표와 문제를 단순화하는 능력이다. 복잡한 것은 아직 정리가 안 된 것이다. Speedy. 시간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신속해야 한다. Strong. 집중하고 열중해야 한다. Smart. 슬기로워야 한다. 피터 드러커 지적대로 21세기는 육체노동의 시대가 아니라 머리의 시대다.

Standard. 타의 모범이 되라는 말이다. Special. 최소한도 두 가지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라는 뜻이다. 경리와 광고 등 서로 다른 두 개 분야에서 전문성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Soft. DJ가 대통령 후보시절 투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드러운 남자’ 임을 주장한 게 엊그제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