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주구가 되어 하청기업을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데 하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미끼로 오너와 결탁하고 적당히‘삥땅’을 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과 하청기업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평등관계이고 협력관계다.
다음은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했던‘거래비용이론’의 대가 미국 UC버클리 대학의 올리버 E. 윌리엄슨 교수의 충고다.
◆기술 입증이 어려운 벤처기업의 힘든 법정투쟁
그렇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비자금 만들기보다 더 악질적인 것은 기술력 있는 하청기업을 말아먹는 일이다. 이걸 보고 체험하는 임직원들에게 ‘창조적 기업문화’를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할 뿐이다.
어쩌다가 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간의 법정투쟁이 불거지곤한다. 원래 하청기업은 좀처럼 대기업과의 법정투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진실공방, 진실규명이 힘들기 때문이다. 은연중에 대기업의 영향을 받는 대한민국의 법원도 야속하기 때문이다. 기술입증이 어려운 벤처기업은 더 힘들기 마련이다.
얼마전 L그룹 계열사인 S사는 협력업체였던 N테크로부터 3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에 앞서 S사도 N테크가 계약을 어겼다며 N 테크를 상대로 129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렇게 앙숙관계가 된 사연은 무엇일까.
우선 문제가 된 반도체 소자용 제조장비의 양사간 ‘협약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협약서에는 ‘N테크는 협약기간 뿐만 아니라 협약 해지 후에도 L그룹 S사의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반도체 소자용 제조장비를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N테크측은 “이 협약서가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명백하게 불평등한 체결”이라며 “제조장비 기술을 빼앗으려 협약서 내용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편이라는 신뢰를 쌓아야 할 검찰과 법원’의 현실
그후 L그룹의 S사는 다른 하청기업 M사에 장비 제작기술을 이전한 뒤 납품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기술 탈취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싸움은 법정에서 물론 결론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루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정말 답답한 일이다. 공정한 판결로 ‘대한민국 편이라는 신뢰를 쌓아야할 검찰과 법원’이 대기업에는 때때로 허약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안타깝다.
1988년 그룹 공채로 L전자에 입사한 J씨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1996년 11월 납품비리를 감사팀에 고발한 뒤부터다. 감사결과 회사 자재과장과 차장이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상하게도 J씨는 1998년과 1999년 정기 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됐다. 이어 명예퇴직을 권유받지만 이를 거부하자 ‘왕따’가 시작됐다.
J씨는 당시 L전자 CEO 였던 K회장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걱정 말고 돌아가 있으라’는 약속까지 받았다. 하지만 K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J씨와 회사 사이에 고소와 맞고소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 남부지검은 K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기업은 강자이고 개인은 약자란 말이 아닌가.
최근 S그룹과 구조본의 법무팀장이었던 만만치 않은 K 변호사의 공방전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대응이 관심사항인 오늘이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