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집회 중 분신..민심 흉흉

태안=뉴시스 2008.01.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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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태안 주민들.ⓒ뉴시스↑구호 외치는 태안 주민들.ⓒ뉴시스


"어부가 바다에서 그물질 대신 걸레질을 하고 있으니, 죽으란 말이지..."

기름유출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충남 태안지역 주민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껍데기 정책뿐인 정부에 대한 투쟁선언에 이어 복지부동 삼성에 대해서는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태세다.



특히 기름유출사고라는 대재앙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벌써 3명. 이로 인해 그동안 축적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18일 오후 1시40분께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문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및 대정부 투쟁집회에 참석한 주민 지모씨(57)가 분신을 시도했다.



지씨는 이날 집회 도중 독극물을 마신 뒤 갑자기 연단으로 뛰어 나와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을 시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남문리 시장에서 수산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지씨는 태안 기름유출로 인해 손님 발길이 뚝 떨어지면서 큰 피해를 입자 심적 부담이 컷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오후 7시30분께는 태안군 근흥면에 사는 김모씨(73)가 자신의 집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도 바닷가에서 조개 등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해왔으나 기름 유출 사고로 수입이 없어져 생계에 대해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0일에는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서 굴양식장을 해오던 이모씨(66)가 원유유출 사고로 처지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모두 원유 유출사고가 초래한 참사들로 바다를 통해 생을 이어오던 어부와 상인들이 생계가 막막해지면서 생업 포기에 이어 삶마저 포기한 것이다.

지역경제에 몰고 온 직격탄이 결국 선량한 주민들의 목숨을 잇따라 앗아가면서 지역민심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이 늦어지면서 헛구호에 그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사고 원인제공자로 낙인찍힌 삼성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민심이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분신시도가 있던 18일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6개지역 수산업경영인 및 지역주민 1만여명은 태안읍 남문리에 모여 집회를 열고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 이날 이들은 실질적인 정부 지원대책 및 특별법제정을 촉구한 뒤 삼성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어민에 이어 수산업에 종사하는 상인 등 모든 주민들의 동요가 심하다"며 "정부의 미온적 대책, 사고를 수습할 노력이 보이지 않는 삼성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정부와 사고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주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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