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물불 안가리고 수혈..메릴은 미흡(상보)

유일한 기자, 김병근 기자 2008.01.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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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140억-메릴 40억 추가수혈..상각은 각각 최대 200억불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이번 신용경색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월가 은행들에 대한 아시아 및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가 더 강화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최대 140억달의 상당의 자금을 추가조달할 계획이며 메릴린치는 쿠웨이트 등으로부터 40억달러를 더 수혈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이들 은행들의 상각과 손실 규모는 이번주 실적 발표가 임박하며 더 커지고 있다.

◇월가 상각 갈수록 커진다..수혈도 더불어 증가
FT에 따르면 지난주 서브프라임 추가상각 규모가 예상보다 많은 150억달러로 알려진 메릴린치는 최대 200억달러나 상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중동 투자펀드에서 40억달러를 더 수혈받을 계획이다. 협상 관계자드들은 "메릴린치의 투자유치에는 쿠웨이트투자공사(KIA)가 주도적으로 참여, 수십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추가 상각 규모는 최대 2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140억 달러 정도를 중국과 쿠웨이트 등의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은 배당금을 최소 40% 이상 삭감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내다봤다.

은행들의 이번 수혈 과정에서는 KIA가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국부펀드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투자자였던 KIA가 월가의 핵심 자금 공급원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 이는 그만큼 미국 기업들의 몸값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하락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KIA는 씨티그룹에도 최대 3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간은 메릴린치와 씨티그룹보다는 사정이 나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JP모간은 최악의 신용경색에서는 벗어나 있다"며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한 주당 93센트의 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이번주 400억 달러 가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밝힐 예정이어서 다른 투자자들도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행보를 눈여겨볼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쿠웨이트와 중국 등 아시아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미국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씨티그룹 '물불 안가린다'..메릴린치 조달은 미흡
씨티그룹의 조달 움직임을 보면 한마디로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비롯, 쿠웨이트 국부펀드, 중국의 은행, 미국의 투자펀드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추가 조달 규모가 최대 100억달러였지만 이번주들어 140억달러로 커졌다. 상각 규모도 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왈리드 왕자의 투자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금융당국의 제재를 감안해 알왈리드 왕자가 보유하게 될 씨티의 전 지분은 5%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알왈리드 왕자가 갖고 있는 씨티의 지분은 4%. 비록 1%의 지분이라할지라도 씨티의 시가총액이 1400억달러에 달해 충분한 금액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지난 달 아부다비 투자청이 씨티 지분 4.9%를 75억달러에 매입하면서 알왈리드 왕자는 1991년부터 지켜 온 최대 주주 자리를 내줬다.

중국발전은행도 전환사채 매입 형태로 씨티에 약 20억달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씨티는 이와 함께 미국의 투자펀드와도 협상중이다.

이에 비해 메릴린치는 40억달러에 그친다. 추가적인 분기 상각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FT의 보도를 감안할 때 자금 수혈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메릴린치가 더 많은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샌포드 베른슈타인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상각규모가 200억 달러에 달하면 레버리지가 급격히 높아져 메릴린치의 신용등급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이번 분기에 주당 4.5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가 자금 수혈 최대 500억달러에 달할 듯
씨티는 이미 아부다비 투자청(ADIA)으로부터 75억달러를, 메릴린치는 싱가포르 테마섹 등에서 62억달러를 수혈 받았었다.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는 지난해 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하고 그 대가로 지분 9.9%에 해당하는 보통주 전환사채를 제공했다. 유럽 투자은행인 UBS도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97억5000만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지금까지 씨티와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UBS 등이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모두 27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투자유치를 더하면 그 규모는 최대 450억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위기의 월가를 노리는 핵심 주체는 유가상승으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축적한 중동 산유국과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의 국부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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