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통합매각 방안, 그림 좋은데 팔릴까

이상배 기자 2008.01.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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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대우증권 (8,610원 ▼260 -2.93%)을 묶은 투자은행(IB)에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와 기업은행 (14,240원 ▲150 +1.06%)까지 합쳐서 매각하는 방안이 부상함에 따라 시가총액 80조원 짜리 '슈퍼 금융그룹'이 탄생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함께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초대형 금융그룹의 탄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커다란 덩치가 매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 대우증권, 우리금융, 기업은행 4자 통합매각 방안의 최대 명분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다. '산업은행+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의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적 금융사를 만든 뒤 팔 경우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 기업은행과 함께 가칭 '산은 금융지주'(산업은행+대우증권)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가격이 동반하락할 것이 뻔하다"며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이 1등 IB와 1등 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만든 뒤 팔면 매각가치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플레이어'급의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 방안의 장점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최소 300조∼400조원의 자산은 확보해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M&A) 전략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가총액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방식으로는 매각 또는 인수 과정없이 곧장 합병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시가총액이 15조원에 불과한 우리금융이 시가총액 60조원의 산은 지주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현행 법상 금융지주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반드시 지분을 95% 이상 소유해야 한다. 정부가 산은 지주회사 지분을 공개매각할 경우 우리금융 역시 인수의향자 가운데 하나로 참여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한편 산업은행, 대우증권, 우리금융, 기업은행의 4자 통합을 통해 매머드급의 금융그룹을 만들 경우 그 지주회사의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 2006년 LG카드 매각 당시 정부가 우리금융의 LG카드 인수를 막아선 것도 "덩치가 커지면 매각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논리에서 였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5조1934억원, 기업은행은 7조1914억원이었다.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거느린 산업은행에 대해 인수위는 약 60조원으로 가치를 추정했다. 이를 모두 합칠 경우 시가총액은 80조원을 넘어선다. 현재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76조원보다 크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통합된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를 통째로 매각하기 어렵다면 연기금과 펀드 등에 지분을 분산매각할 수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지분 10∼15%의 1대주주로 있으면서 다른 주주들의 견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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