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명품단지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2008.01.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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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식사·덕이지구 미분양이 그 정도나 될 줄은 예상못했습니다. 시행·시공업체에서는 초과수요지역으로 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잘못 판단한거죠."

식사·덕이지구의 분양 참패와 관련, 다른 건설업체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 분양에 나섰던 식사지구 '위시티'와 덕이지구 '하이파크 시티'가 순위내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됐다. 명품신도시를 내세웠지만 순위내 청약률은 위시티 22%, 하이파크시티 43%에 불과했다. 하이파크시티 중 동문굿모닝힐이 청약률 65%로 그나마 선전했다.

두 지구의 분양이 이처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한마디로 비싼 분양가 때문이다. 이들 지구의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1450만원~1460만원이다. 34평형을 기준으로 할 때 식사·덕이의 분양가는 은평뉴타운에 비해 무려 평당 400만원이나 비싸다.



고분양가 지적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명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은 "명품으로 분칠(?)한다고 해도 이 가격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화정에 사는 한 주민은 "화정보다도 더 먼 지역의 분양가가 은평뉴타운보다 엄청나게 비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식사·덕이지구의 분양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품단지를 내세우기 전에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등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도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서는 "땅값 상승, 아파트 고급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분양가 역시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수요자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고품질을 앞세워 고분양가를 높여온데다, 분양가 책정도 주먹구구인 경우가 많아서다.

새 정부에 부동산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전에 건설업체들도 시장이 원하는게 뭔지, 고분양가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킬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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