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인수위 가서 죄진 것처럼 하지 말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1.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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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4일 "인수위는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듣는 곳이지 정책을 집행하라고 지시하는 곳이 아니다. 새 정책은 다음 정부에서 시행하면 된다"라며 "나아가 호통치고, 자기 반성문 같은 것을 요구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수위 업무 보고와 관련된 몇몇 장관들의 구두 보고를 받고 이같이 강조했다. 장관들은 인수위측의 업무보고 지침에 명기된 '5년간 평가', '당선인 공약시행계획' 등에 대한 곤혹스러운 상황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나와 정부가 심판을 받는 것이지 모든 정책이 심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인수위에) 성실하고 협력하고 보고하되 냉정하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고 지금 인수위 진로를 방해해선 안되지만 무슨 죄 지은 것처럼 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수위의 정책 추진 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며 "정책을 속전속결의 대상으로 삼는데 정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신중해야 하고 정당한 절차를 지켜야 하고 통계와 분석에 기초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미리 결정부터 하고 밀어붙이는 식이면 안 된다"며 "정부 조직개편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총리실이 각 부처가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총리실에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와 청와대가 이달말까지 각 부처에 2008년 사업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기사가 있었는데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며 "일상적인 업무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 국정을 포기하고 일손을 놓고 있으라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연말에 1월31일까지 2008년 업무계획을 총리실과 청와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업무는 계속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총리실이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받아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며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인수위 보고 내용을 공유하고 참고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인수위가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 임기 기간"이라고 강조한 뒤 "인수위와 갈등이 있거나 정부 내부의 불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국정을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호선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 정부 공무원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야 되나"라며 "인수위의 법적인 권한과 한계, 고유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인데 최근 여러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어 (노 대통령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는 등 물가와 금융시장의 불안 조짐에 대해선 "정권 인수기에 물가와 금융시장에 대해 꼼꼼히 모니터링 중이나 아직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조짐을 발견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인수위측의 유류세 인하 움직임에 대해선 "유가가 많이 오르는데 유류세를 낮춘다고 해서 피부에 와닿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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