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료 산정 합리화…주가 재평가 기대

김일태 객원필진 2008.0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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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

정부는 IMF사태 이후 구조적 개혁의 일환으로 기업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였다. 이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해소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내부체질개선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1998년 이후 한국전기통신공사, 담배인삼공사, 포항종합제철, 한국전력공사, 한국중공업, 한국가스공사, 한국종합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대한송유관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순차적으로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한국전력공사는 발전, 배전, 송전 사업분야의 독점을 순차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취하였는데 정부는 각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여 경쟁을 붙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민영화가 되면서 가격인하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공급이 많은 상태에서 경쟁이 되면 가격인하가 이루어지겠지만 현재같이 수급이 일치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카르텔을 형성하여 가격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1년 발전부분은 발전자회사 6개사 분할을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였으나 송배전은 현재까지 독점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가격결정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 전기료 산정 합리화…주가 재평가 기대


정부의 가격결정권이 동사의 완벽한 민영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자회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동사가 시장에서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는 실정을 감안할 때 발전자회사도 제값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고 동사 역시 우량자회사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결국 매각의 걸림돌은 가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가격저평가의 근본원인인 정부의 전기요금규제가 해결되어야 동사와 자회사들이 적정한 가격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매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요금규제는 동사 저평가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로 인해 저평가된 동사의 자회사를 매각하라는 주장은 이율배반적인 요구라고 보여진다. 긍정적인 점은 2005년 이후 2년연속 인상이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요금인상주기가 짧아지고 규칙적으로 되는 것은 동사의 기업가치 제고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요인이라고 보여진다.

동사의 요금인상 히스토리를 보면 민영화 이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약 4년간 단 한 차례의 요금인상도 없었고 오히려 2002년 -0.1%, 2004년 -1.5%의 요금인하가 있었다. 2005년 12월 2.8%의 요금인상, 2006년 12월 2.1%의 2년 연속 요금인상이 이어졌고 작년에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으로 인해 일반용 전기의 경우 -3.2%의 요금인하가 결정되었다.


기존의 전기요금 조정절차를 보면 한전이 산업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에 전기료인상을 요청 시 전기위원회는 재경부와 협의를 거쳐 승인을 내리게 되면 이를 시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즉 전기요금 인상이 산자부와 재경부의 입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금조정절차가 작년에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산자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재경부와 협의하기 전에 우선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쳐야 하며 재경부 역시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공공요금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산자부와 재경부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던 전기요금이 소비자들 및 전문위원회가 심의함으로써 불합리한 결정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금산정에 있어 산자부와 재경부의 독단이 배제되는 장점도 있지만 요금산정과정에 소비자들의 참여가 보장되면서 전기료 인상이 더욱 힘들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게 된 것이다. 작년 일반용 전기요금 인하는 이러한 변경된 요금조정절차가 영향을 미쳤다고도 보여진다.

요금규제 변화의 두번째 요인은 바로 구체적인 요금산정기준의 확립이다. 이러한 기준이 확립됨으로써 요금인상율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확보되고, 기존의 주먹구구식의 인상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요금인상율이 결정되게 되었다. 요금인상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적정 투자보수율과 실적 투자보수율이다.

적정 투자보수율은 정부가 제시하는 한전의 최소마진이라고 설명할 수 있고 실적 투자보수율은 동사가 실질적으로 거둔 투자대비 실적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투자보수율을 산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실적이 전년도 실적이라는데 있다. 즉 2006년 요금인상시 기준이 되었던 실적은 2005년도 실적이었다. 그러므로 요금인상과 실적 사이에는 1년이라는 갭이 존재하게 된다. 그렇다면 작년 요금인상의 경우 2007년 재무제표가 아닌 2006년 재무제표가 반영되었다.



그로 인해 실적이 좋아졌는데 요금이 인상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발생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요금인상과 실적 사이의 시차는 동사의 주가를 실적과 왜곡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실적이 오르는데 주가는 요금인하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떨어지고 실적이 떨어져도 요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갭이 해소될수록 동사의 주가는 실적에 수렴하게 될 것이며 동사 주가의 저평가 해소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인 전기요금의 산정의 경우 적정 투자보수율과 실적 투자보수율의 차에 의해 결정되는데 적정 투자보수율은 (차입금이자율X 차입금비중) + (자기자본비용 X 자기자본비중)으로 구해지고 실적 투자보수율은 영업이익(1-법인세율) ÷ (순설비가액 + 운전자금 2개월분 + 발전자회사에 대한 투자자산)으로 구해진다.

적정 투자보수율 산정시 자기자본비용은 CAPM으로 결정된다. 자기자본비용 계산시 시장기대수익률의 경우 과거 15년 동안의 코스피 수익률을 사용하는데 2006년의 경우 4.68%가 적용되었다. 즉 시장기대수익률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적정 투자보수율 수치가 달라질 여지가 있어 정부측에서는 적정 투자보수율을 최소화함으로써 전기료 인상을 억제할 수가 있는 것이다.



보통 요금인상율 결정에 있어 적정 투자보수율에서 실적 투자보수율을 차감한 후 나온 수치의 3배를 적용하는데, 예를 들어 2005년의 경우에는 적정 투자보수율 6.1%, 실적 투자보수율 5.4%의 차이는 0.7%인데 3배를 곱해서 정확히 2.1% 인상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이 전기요금 산정절차와 산정기준에 대한 합리적 체계가 마련되어 감에 따라 동사가가격규제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고 향후 전기요금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 동사의 저평가에 대한 리레이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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