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이명박정부 7% 성장,쉽지 않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1.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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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신년 인터뷰]<2>

국제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반신자유주의' 학자인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경제학부 교수)는 3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연 7% 성장' 공약과 관련, "경제의 체질이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성장률을 7%대로 끌어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하준 "이명박정부 7% 성장,쉽지 않다"


장 교수는 신년을 앞두고 머니투데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임기 내 7% 성장률 달성과 같은 단기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라"고 이 당선자에게 당부했다.



장 교수는 또 정부의 서비스업 육성 정책에 대해 "서비스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성공한 나라는 룩셈부르크, 두바이 등 아주 작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없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



- 이명박 당선자는 임기내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실현 가능성은?
▶ 외환위기 이후10여년간 투자와 기술 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이 약화돼 있다. 또 세계경제도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성장률을 7%대로 끌어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지난 10여년 간 약화된 체질을 갑자기 강화시킬 수도 없고, 세계경제의 불안 역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임기 내 7% 성장률 달성과 같은 단기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임기 내 가시적 효과를 올리려는 조급증 때문에 잘 준비도 하지 않고 한미FTA를 추진하는 등 잘못된 일을 많이 했다. 이명박 정부까지 이런 우를 범한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앞날이 어두워 진다. 자신의 임기는 5년이지만, 15년, 50년 앞을 생각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는 것이 투자할 곳,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 투자를 할 곳이 뻔히 보이면 돈 못 벌 기업, 경제발전에 성공 못 할 나라가 어디 있겠나? 성장동력이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 우리나라가 철강,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을 때, 전세계가 만류했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을 지배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보면 1960∼1970년대 철강, 자동차, 전자 등에 투자한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고급기술 발전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따라서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앞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이 없이는 발전시키기 힘든 기술들이다.

흔히들 우리가 자유방임 경제로 생각하는 미국도 연구개발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과 20%만 정부가 지원한다. 정부와 기업, 과학기술계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제2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 참여정부는 제조업의 성장 둔화에 대한 대안으로 서비스업 육성에 주력해 왔는데.
▶ 서비스업은 고용 창출 효과는 높지만, 생산성 증가속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지난 10여년 간 세계적으로 금융서비스의 생산성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신기술이 개발돼 그런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 거품에 힘입은 것이다. 이 거품이 꺼지고 나서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서비스의 생산성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서비스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성공한 나라는 룩셈부르크, 두바이 등 아주 작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없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나 홍콩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공한 나라들이다. 대부분이 관광, 금융 등 서비스업에 의존해서 먹고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 스위스도 1인당 공업생산량이 세계 최고인 공업국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서비스업을 발전시킬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죽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 이명박 당선자는 연 10조원 감세, 부처 통폐합 등 '작은 정부'을 지향하는 정책을 내놨는데.
▶ 정부가 작다는 것 자체가 미덕이 될 수는 없다. 만일 작은 정부가 무조건 좋다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훨씬 작은 후진국 정부들이 선진국 정부들보다 더 좋은 정부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무슨 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는가다. 필요하면 부처를 통폐합할 수도 있고, 공무원 수를 줄일 수도 있고, 공기업을 민영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필요하다면 정부 부처를 늘릴 수도 있고, 공무원 수를 늘리거나 보수도 올릴 수 있고, 공기업을 새로 세우거나 필요한 기업은 국유화 할 수도 있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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