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감기약 투여제한, 소아과 '당황'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7.12.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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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비현실적 조치"

2세미만 영아에게 감기약을 투여하는 것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제한권고를 내리자 소아에게 성인 약을 투여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이번 권고를 계기로 소아를 위한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발육정도를 기준으로 용법과 용량을 달리해 약을 투여하는 기존의 방식이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식약청의 이번 권고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의 결정을 참고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는 지난 9월 비처방 감기약, 처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일반 감기약을 6세이하 아동에게 투여하지 못하게 할 것을 FDA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자문위는 성인용 약의 양만을 줄여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통용되온 어린이 감기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식약청은 지난 24일 '소아용 의약품의 비임상 안전성 평가지침'을 발간하며 "어린이의 특성에 맞춘 안전하고 유효한 의약품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아과 전문의는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윤리적 문제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의 입장에서 최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식을 적용해 용법과 용량을 달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약청이 발간한 소아용 의약품의 비임상 안전성 평가지침도 어린이와 가장 흡사한 발육정도를 가진 어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다.

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유지돼왔던 부분"이라며 "의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약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쌓아온 사례와 경험에 기반한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FDA의 권고도 일리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따져나가면 결국 치료가 불가능해진다"며 "의사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옛날에는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전부였지만 과학이 발전하며 점점 품질과 부작용개선에도 관심을 갖게되는 것"이라며 "당연하게 해오던 것들에 대한 관리수준이 타이트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한소아과학회는 다음주 중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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