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기세, 마침내 한풀 꺾이나

유일한 기자, 엄성원 기자 2007.12.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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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에 국부펀드 공격적 투자..금융시장 온기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가 한고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준(FRB)의 세차례 금리인하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보강을 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중동, 중국,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타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이면에도 이같은 신용경색 완화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금융시장, 온기 살아나다
반나절 거래만 이뤄진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와 S&P500지수는 사흘째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회복의 수혜주로 꼽히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나흘째 급하게 반등했다.

여기에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출 금리가 5일 연속 하락, 신용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3개월물 유리보 선물 금리는 다시 0.01%포인트(bp) 하락, 지난달 28일 이후 최저치인 4.76%에 근접했다. 영국 은행협회에 따르면 3개월물 달러 선물 금리도 4.84%로 2bp 내려섰다.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하에 중앙은행들이 신용경색에 적극 대처하면서 금융시장이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5개 지역 중앙은행은 유동성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ECB는 19일 하루 동안 5000억달러를 시장에 공급하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캐나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BCP는 이번 신용경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척도중 하나다. 이 시장의 재생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다.


33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캐나다 ABCP시장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로 관련 신탁사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8월 거래를 전면 중단했었다.

잇달은 신용시장 호재에 금융주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S&P500지수 내 금융주는 이날 1% 상승하며 10개 기업군 중 가장 강한 상승 움직임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은행 씨티그룹이 1% 상승했으며 골드만삭스 JP모간 등도 모두 강세였다. 다만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로한 메릴린치, 모간스탠리는 약세였다.

◇메릴린치도 드디어 국부펀드서 자금 수혈

이번 신용경색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 지역의 경우 중앙은행들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반면 사실상 서브프라임 손실이 미미한 아시아와 중동의 국가들은 국부펀드를 통해 신용경색으로 주가가 급락한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 지분을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다.



메릴린치는 24일 최대 62억달러의 자금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국영투자회사 테마섹으로부터 50억달러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밝혔다. 신주 발행 형식으로 이뤄지는 메릴린치의 자금 조달은 테마섹이 지분 매입에 44억달러를 투자하고 6억달
러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 방식이다.

지난 3분기에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투자 손실로 93년 역사상 최대의 손실을 입고 최고경영자(CEO)까지 물러나는 위기를 겪고 있는 메릴린치가 사태해결을 위해 국부펀드에 손을 내민 것이다.

◇국부펀드, 신용경색 구세주로 '공인 인증'



국부펀드의 활약은 실로 눈부시다. 모간스탠리는 지난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하는 대신 지분 9.9%에 해당하는 보통주 전환사채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으로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75억달러를 긴급 수혈받았다.

국부펀드의 중심축은 중국, 중동 그리고 싱가포르다. 최근 들어서는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를 앞세운 싱가포르의 보폭이 가장 크다. 유럽의 투자은행인 UBS는 GIC로부터 97억5000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마섹은 1200만달러를 투입, 스탠다드 차타드 지분을 추가 인수, 보유 지분을 기존의 17%에서 18%로 1%포인트 확대했다.



현재 2조달러로 추정되는 전세계 국부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신용경색이라는 '호기'를 맞아 그 규모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펀드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9000억달러 상당의 아부다비 국부펀드를 위축시키는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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