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재건축 시장, 대선 바람 부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7.12.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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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발표 후 급매물 팔리고…일부 매물 회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대선 효과 없이 잠잠했던 서울 강남과 경기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급매물이 팔리고 매물 일부가 회수되고 있다.

지난 5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의혹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도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이달 들어 거래가 부쩍 늘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단지 전체를 통틀어 급매물 3∼4가구가 겨래됐지만, 이달에는 이날 현재 벌써 6가구가 새 주인을 찾았다.

BBK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4일 1가구가 거래됐고, 발표 당일인 5일 2가구가 잇따라 팔렸다. 6일엔 3가구가 거래됐다. 평균 15개 안팎이던 매물은 현재 5개로 줄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주공1단지 42㎡(13평형)는 지난주 시세보다 2000만원 싼 7억6000만원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났지만 집주인이 매물을 회수해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같은 단지 50㎡(15평형) 역시 지난주까지 급매물 시세가 9억6000만원이었지만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이후 가격이 치솟았다. 현재는 9억8000만원짜리 매물도 자취를 감춘 상태다.

개포동 N공인 관계자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양도소득세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매물 회수에 한몫하고 있다"며 "몇달만 참으면 세금이 대폭 줄어드는데 서둘러 집을 처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급매물이 쏙 들어갔다. 압구정동 S공인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자금 사정이 좋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뛰었다. 광명시 철산동 주공8단지 62㎡(18평형)는 지난주 4억1000만원에 팔린 후 급매물 호가가 4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철산동 B공인 관계자는 "검찰의 BBK 수사 발표 후 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며 "그동안 매물 처분에 두팔을 걷어붙였던 집주인들은 반대로 느긋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중앙동 중앙주공1·2단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하락세를 지속하던 주공1단지 72㎡(21평형)은 최근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라 3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지난해말 고점과 비교하면 4000만∼5000만원 정도 싼 값이지만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어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재건축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대선이 임박하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시장 불안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차기 정부가 규제를 풀더라도 투기 방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큰 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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