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영어 교육 이제 그만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7.12.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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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취재후기]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 살던 A씨는 요즘 분양 받은 뉴타운 지역의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많다. 부족한 입주 자금이 문제. 그런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이사를 가려는 A씨의 사연이 새삼 서민들을 슬프게 만든다.

A씨는 "네 살배기 딸의 영어 교육 때문에 이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랬다. 유독 그의 딸은 책 읽기를 즐기고 언어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동네 초등학교들은 '방과 후 영어수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강북에 살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아파트촌 사람들과 주택촌 사람들이 섞여 있는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주택촌 학부모들은 추가의 돈을 내고 교육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방과후 영어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아직은 아이가 네 살에 불과하지만, 아이의 학교 입학을 염두에 두고 미래 설계를 하고 있는 A씨는 그래서 집을 옮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는 또 "좀 무리를 해서라도 내년에는 월 50만원쯤 교육비를 지불하는 영어유치원을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자녀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사는 이들은 비단 A씨만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영어 교육의 사교육비는 연간 15조원. "장차 영어를 못하면 설 땅이 없다"는 영어 공화국 시대의 씁쓸한 단면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건 그러한 영어 교육에 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에 비해 실력은 영 형편없다는 것. '고비용 저효율'의 영어교육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보면 기대수준 또한 높아지고 교육이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이제 영어 교육에서도 투자 대 효과를 따지는 재테크의 개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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