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 프리미엄에 관하여

이건희 외부필자 2007.12.03 12:20
글자크기

이건희의 행복투자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관심을 끌게 된 것 중 하나가 조망권입니다. 남향이 아닌 집이라도 조망권이 좋다면 조망권은 별로인 남향인 보다도 더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까지도 나타나있습니다.

◆ 고층 아파트로서 거실에서 멀리 산이 바라보이는 조망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집에 갔었을 때 집주인은 투덜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파트와 산 사이에 고층 건물 공사하고 있는 것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 건물이 올라오면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산이 가리게 생겼다면서 건물 공사하는 회사를 욕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보았던 또 다른 사례로,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 몇 개 아파트 동은 한강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그 아파트 단지 안에서 다른 아파트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습니다. 그 아파트는 대단지였지만 그 단지 주변은 재래식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의 일부 재래식 주택들을 허물고 고층 아파트 몇 개 동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강이 바라보이는 조망권이 사라지게 된 아파트 동의 주민들이 데모를 하고 항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결국 새 아파트는 들어섰고, 기존 아파트는 한강 조망권에 손상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조망권이 좋은 이유로 아파트를 선택할 때에는 그 조망권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 언젠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리 조망권이 좋아도 그러한 조망권을 약화시킬 건물이 들어설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 미리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조망권이 좋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말고 현재의 조망권과는 상관없이 주택 구입여부를 결정내릴 수 있어야합니다.

그러나 현재 유지되고 있는 조망권 프리미엄을 반영하여 당장의 가격은 비싸게 유지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적절치 못한 선택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아니면 경제적 프리미엄 효과와는 관계없이 조망권 자체만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구입한 뒤 조망권이 좋은 시기에는 계속 살다가, 조망권이 훼손될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다소의 손해를 보면서라도 급매물로 재빨리 팔고 떠날 것을 미리 염두에 두어도 됩니다.

그런데 조망권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될 상황이 예견되는 데에도 상당수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실제 상황이 진행될 때에 조망권을 훼손하는 측을 향하여 욕하면서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절이 싫으면 재빨리 중이 떠나야지 절을 탓하면서 절과 싸우겠다고 하는 것은 썩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아니라 그 어떤 건물이라도 지금 현재 상황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미래에 그 건물 주변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까지 미리 생각해야하는 것입니다.


조망권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되는 것이 확실한 경우라도 가격 수준에 대해서는 유의해야합니다. 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부족하게 반영되었는지, 과다하게 반영되었는지 등에 대해서 살펴봐야합니다. 과다하게 반영되었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납니다.

또한 실거주 가치 측면에서는 조망권 프리미엄이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가 가정마다 크게 다릅니다.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고 집에 있을 때에도 조망권을 바라보면서 낭만을 별로 즐기지 않는 가정이 많습니다. 반면에 조망권을 실제로 많이 즐기는 생활패턴을 가진 가족에게는 조망권으로 인해 추가로 더 지불해야하는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실거주 가치 효과를 나타냅니다.



◆ 예전에 조망권이 엄청나게 좋은 아파트를 아내와 함께 가서 구경하고는, 주변의 같은 규모의 아파트에 비해서 비싸기는 하지만 그런 집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썩 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아파트를 파는 회사 측에서는 조망권을 엄청나게 강조하고 실제로 제가 판단하기에도 서울에서 최고 수준으로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 주변 동네를 잘 살펴보니까 앞으로 뭔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것은 없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 없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회사 사람에게 이 아파트 바로 앞에 고층 건물들이 올라올 수도 있겠다고 제가 말을 거니까 “그건 그렇죠” 라고 개미목소리로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조망권을 자랑할 때에는 큰 목소리로 장황하게 이야기 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개미소리였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조망권이 훼손될 상황이 발생하면 재빨리 팔고 이사 갈 생각하고 그때까지 살아볼까...라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아내는 조망권 자체에는 저만큼 크게 관심 없이 그러거나 저러거나 상관없는 태도였으며 세탁공간, 발코니 등을 비롯한 주거보조공간이 취약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니까 그 아파트 바로 앞 지역에 상업용 고층 건물이 높은 용적률로 허가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오직 그 아파트만이 우뚝 높게 서있어서 사면팔방으로 환상적 조망이 나오는 것이며, 훗날 언제라도 이 건물 바로 앞뒤로 조망권을 가리는 다른 상업용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면 들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값이 비싼 그 아파트를 구입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직 환상적인 조망권 때문인데 그 부분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련만 남기고 뒤돌아섰습니다.



◆ 조망권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서울 흑석동의 한 빌라 주민들이 낸 아파트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중장년층인 주민들이 30년 동안 불편한 산비탈에 집을 짓고 살아온 이유는 한강의 수려한 경관 때문'이라며 조망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지난 97년에는 '사찰의 경관이 훼손되고 조망이 침해될 뿐 아니라, 종교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서울 봉은사 앞에 고층 건물을 짓지 말라는 가처분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적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상황에 따라서는 조망권이 법적으로 보호받기도 하지만, 일조권이나 '하늘을 볼 권리'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것과는 달리 돈과 직결된 경관 조망권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고 봐야합니다.



조망권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사례로서 지난 7월에 대법원은 서울 이촌동 리바뷰 아파트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한강 조망권은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주민들은 "집 앞에 LG아파트가 건설되는 바람에 한강 조망권 등이 침해됐다"며 LG건설(현 GS건설)과 이수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었습니다. 서울 고법에서는 "한강과 그 주변 경관은 조망 가치가 매우 크고 조망권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등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며 건설사들은 주민들에게 1인당 100~6000여만 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조망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위법한 가해행위가 되려면 사회통념상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서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수인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촌동 일대는 고층아파트 건축이 허용되는 지역이므로 건설사가 LG아파트를 건축한 것은 토지소유권에 기초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권리행사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한편 조망권에 대하여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조망권을 누리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조망권을 훼손시키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산이나 강이나 공원 등의 주변에 때로는 고층 아파트와 같은 건물을 병풍처럼 붙여 지어놓아서 시민들이 그 산이나 강이나 공원을 온전히 바라보기 힘들게 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면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지기 힘듭니다. 선진국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곳에서는 적절한 제도적인 규제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보면 오직 자기 입장에서의 사유재산권만 존중되어야하는 줄 알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는 무시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다양한 권리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지 오직 나를 위한 권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 아파트 건물 주변의 변화로 조망권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처럼 부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울의 수색역에서 신촌 근처, 공덕동 근처를 통과하여 용산역에 이르는 경의선에서 지상의 철길을 없애고 지하로 옮기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상 철길 옆에 있던 아파트에서는 철길이 있던 자리가 공원으로 바뀌면 가격 디스카운트 요인이 오히려 프리미엄 요인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서울의 영등포 교도소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도시 주택가 근처에 있는 교도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교도소 있던 자리가 문화, 휴식 공간 등으로 바뀌는 것도 부정적 요소가 긍정적 요소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오래된 낡은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이 뒤엉킨 어두운 분위기의 재래식 동네가 재개발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동네에 붙어있던 기존 아파트에서 주변의 분위기가 좋게 바뀌는 경우들도 어렵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아파트 주변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게끔 예정되어있는데 가격은 충분히 선반영하지 못한 경우를 찾아내는 것도 주택시장 조정기에 내집 마련하는 요령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