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후보께서 서민을 사랑하시니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7.11.23 08:52
글자크기
함석헌 선생이 옮긴 '간디자서전'이나 최인호 작가가 쓴 소설 '유림'(儒林)을 보면 마하트마 간디의 묘비에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가지 사회악'이라는 것이 적혀 있다고 한다.

'원칙없는 정치', '노동없는 부', '양심없는 쾌락', '인격없는 지식', '도덕성없는 상업', '인간성없는 과학', '희생없는 종교' 등 일곱가지 사회악이다.



요즘처럼 가짜가 진짜같아 보이고, 진짜는 거짓같아 보이는 혼탁한 시기에 간디가 경계한 일곱가지 사회악은 울림이 되어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와 간디선생은 동방의 조그만 나라, 우리나라에 대한 향수가 통하였는가.



시성 타고르는 일제하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가엾이 여겨 2편의 시를 지었고, 간디선생이 묘비에 적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곱가지 사회악은 이제와 어느 하나랄 것 없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를 엄히 꾸짖는듯 귓가에 쟁쟁하다.

10년전 그저께 우리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나라 살림이 부도났으니, 돈을 빌려줘 살게 해달라는 거였다. 주택시장이 IMF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미분양 가구가 전국에 10만가구에 육박하고, 신규 공급물량은 사업성이 불투명해 건설기업마다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점도 눈에 많이 띤다. 10년전에는 '폭탄세일'을 해도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팔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분양이 대거 발생함에도 '폭탄세일'은 커녕 분양가가 주변 집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르다.


수요자들의 구매행태에도 차이가 있다. IMF 당시에는 유동성 확보가 지상과제였지만, 10년 뒤 현재는 돈으로 돈을 불리는 유동화가 최선이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있더라도 겁이 나서 집을 못산 반면, 지금은 은행이자 양도세 보유세 등을 따져보니 남길 것이 별로 없고, 제도 개선으로 유동화도 힘들어져서 집을 안산다는 점에서 다른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은 부동산 심리다. 집값이 올라 세금내고, 이자내도 남는다는 확신만 서면 너나할 것 없이 분양시장에 뛰어들 거라는 점에서 부동산 심리에는 변함이 없다. 땅을 살 때 흔히들 말한다. "내 대(代)에 (땅 산)덕을 못보면 자식이라도 보겠지." 이 말은 아직도 부동산 불패신화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10년전 나라가 망했을 때 모든 경제 전문가와 언론은 "이제 부동산 불패신화는 끝났다"며 "유동성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최선"이라고 앞다퉈 선언했었다. 오판이었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최근 몇년동안 그 위력을 발휘하며, 그 신화를 이어왔다.

부동산 만큼 매력있는 자산은 없다. 때가 되면 값이 올라주고, 임대소득도 올려주니 부자가 되는 레버리지 효과로는 그만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또한 불노소득, 즉 간디선생이 경계한 '노동없는 부'의 대표상품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파든, 좌파든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없는 부'를 창출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지금 각 후보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래서 말할 때 마다 맨먼저 입에 담고 있는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