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금리인상보다 무서운 것은...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6.06.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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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나그네에게 다른 나그네가 묻는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입니까?" 나그네는 답한다. "인생에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 그것은 망각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때 읽었던 책의 결말부분이다. 인생의 질곡을 구비구비 방랑하고 돌아온 나그네, 행색은 누추했지만 눈매에는 깊은 내공이 있는 듯한 그 나그네의 '망각이 무서운 것'이라는 말은 그 페이지의 삽화와 함께 평생 기억에 남는 말이다.



미국경제는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2기동안 유례없는 경제호황을 누렸다. 투자자들은 주식은 사면 무조건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우지수는 92년 10월9일 3136.58포인트를 바닥으로 그의 집권이 마무리되가는 2000년 1월14일 1만1722.98포인트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8년동안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뉴욕증시는 1999년 세기말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클로스 장세'에 취해 있었다.



그럴만 했다. 경제는 성장률과 주가는 높고, 실업률 물가 금리 등은 낮은 '인플레없는 장기호황'을 의미하는 '신경제'(New Economy)를 기반으로 건강했다.

동남아의 환란 및 러시아의 디폴트선언 등 각종 위기를 딛고 일어선 것이어서 다우지수는 건실해 보였다. 신경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필립스곡선' 등 '구경제'는 까맣게 망각됐다.

이때 뉴욕타임스(NYT)가 의미있는 예측을 내놓는다. NYT는 1999년 연말 특집으로 온라인판에 '2000년 조망(Outlook For 2000)'을 실었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스포트 예술 등 각 분야를 총망라했다. 증시관련, NYT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전망을 내놓았다.


"클린턴 집권 2기동안 투자자들은 주가상승에만 너무 익숙해있었다. 유동성변화 IT버블 등 미국경제에 들어오는 적신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투자자들이 주가는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라고 썼다. 사면 무조건 오르리라 확신했던 다우지수는 2001년 5월께부터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콜금리 인상을 놓고 경기를 보는 시각이나 미국의 눈치를 보는 자세 등을 놓고 말이 많지만 그 효과는 양과 음으로 복합적일 수 있겠다. 금리인상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커보이지 않는다.

2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만 4조∼5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이 곧 풀릴 예정이고, 6개 기업도시와 10개 혁신도시를 비롯해서 아산 배방신도시 등 크고 작은 국책 개발사업의 토지보상금을 합치면 2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통화정책은 금리와 통화량 조절로 이뤄진다. 토지보상금으로 유동성은 풍부하고, 상당수의 돈이 강남 부동산 상품에 다시 묻힐 가능성이 커 부동산시장은 이번 금리인상만큼은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최근 몇년간 지속된 집값오름세와 저금리기조에만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집은 사면 오르고, 금리는 항상 낮을 것이라며 집값도 떨어질 때가 있고, 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그 '망각'이 더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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