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잊은 월가, 이머징과 달러로 분주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1.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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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추수감사절 쇼핑시즌과 연말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월가의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하다.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연중 최고의 소비 특수에 주목하기 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시 사태를 의식해 주식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식에 관심을 둔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서브프라임 사태를 피해 해외투자에 눈을 돌린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한 조사기관을 인용, 올해 증시로 순유입된 주식형펀드 자금의 95%가 해외투자에 초점을 둔 펀드에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5년전 이 수치는 10%가 채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미증시 부진과 달러화 약세 여기에 올해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로 사실상 증시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해외투자 펀드에 쏠린 것이다.

지난 2, 3년간 200개 이상의 인터내셔널 펀드가 출시됐다. 지난 2주에 걸쳐 출시된 인터내셔널펀드가 10여개에 이를 정도로 해외투자에 대한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내 주식에 집중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지난 8, 9월 두 달간 200억달러가 순유출됐는데 이는 닷컴버블이 터진 2002년 하반기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브프라임에 휘청대는 미국 시장보다는 해외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달러화와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해외증시가 초미의 관심사다. 예년 같으면 산타 랠리를 향해 달아오르던 월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산타랠리' 잊은 월가, 이머징과 달러로 분주


◇달러화 약세,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달러화 약세다. 일단 유로화, 캐나다 달러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고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 26년래 최저치를 보인 달러화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고무적이다. 환차익이라는 덤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달러화 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는 헤지를 해야하는가 여부다. 주식(시장) 선택이 전문인 뮤추얼펀드는 환 헤지에는 인색하다. 가뜩이나 환율 흐름과 거꾸로 헤지를 하면 수익률 제고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미 몇몇 펀드들은 적극적인 환헤지를 단행했다. 달러화가 반등세로 돌아서는 것에 대비한 것이다. 3분기중 오크마크 인터내셔널 펀드는 유로화에 대해 헤지를 했고 퍼스트 이글 펀드는 지난달 유로화 투자의 25%를 헤지했다.


환율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경기 둔화, 증가하는 해외 투자를 보면 달러화 약세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달러화가 과매도 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열 논란 '해외 증시 걱정되네'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해외증시는 서브프라임 무풍지대라는 인식과 함께 올들어 급등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인도의 센섹스지수는 올들어 40% 올랐다. 한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증시는 얼마전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덕에 글로벌 증시 평균 수익률은 16.3%에 이른다. 반면 미국내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평균 5.2%에 불과하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중국을 비롯한 일부 해외증시에 대해 과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정부의 긴축 규제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지금까지 높은 수익을 냈지만 앞날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버펄로 인터내셔널펀드의 빌 코니저 펀드매니저는 "해외투자는 이제 거의 파티의 막바지에 온 느낌이다. 기업 수익에 비해 저평가된 유럽 등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펀드내 종목 교체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름있는 금융 컨설턴트인 케이스 뉴콤은 최근 중국 비중을 줄이고 아시아 태평양 이머징마켓 비중을 늘렸다. 뉴콤은 또 남아프리나공화국이나 캐나다 투자도 확대하도록 권했다.

전통적으로 주식형펀드의 해외투자 비중은 20% 정도였다. 하지만 벨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서 같은 컨설팅 회사들은 자산의 70%이상을 해외에 투자해야한다고 권하고 있다. 벨은 650명의 고객에 자산만 5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너무 많다고 불만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미증시가 올해 내내 부진하자 지금은 "자산의 대부분을 해외에 투자한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뤄진 경우 이머징마켓이 급락한 것을 들며 신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2006년7월과 2007년3월 펀드 자금이 미국내 뮤추얼펀드로 쏠릴 때 아시아증시는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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