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건설사... 더 똑똑한 소비자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7.11.26 08:25
글자크기

[머니위크 취재후기]

"11월 말까지 모든 분양을 끝내라."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후 건설업체들이 바빠졌다. 11월말까지 분양을 해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 접어든 이후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대대적으로 앞당겨 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전에 올해 계획한 물량을 다 털어내기 위해서다. 덕분에 요즘에는 매주 수천가구의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건설사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져 규제완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내년에도 분양가격에 대한 규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자 하는 것과 내년 규제완화를 바라는 건설사들의 희망에는 비슷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분양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받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묻지마 청약'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물건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청약률 ‘제로(0)’의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

주택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탓도 있지만 분양단지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 반면 최근 용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평균 30대 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중견 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지만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의 기대는 건설사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나오는 저렴한 아파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전매제한이라는 족쇄가 채워지긴 하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마련의 기회일 뿐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깐깐해 진 것은 건설사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더이상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는 시장이 아니다. 가격에서부터 품질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으로 승부해야 하는 때가 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