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적정 매각가는?

더벨 현상경 기자 2007.1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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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BITDA로는 1.7~2.2조원...거품논란 있지만 가격경쟁 치열

하이마트 인수를 앞두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후보군들의 인수가격 산정을 위한 실사과정이 한창이다.

이번 매각에서 가장 논란은 역시 '가격'. 업계에서는 2조원 안팎의 가격이 거론되고 있지만 "거품 낀 가격"이란 입장과 "그 정도는 받을만하다"는 분석이 상충되고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은 2조1577억원, 영업이익 1188억원, 순이익 870억원을 거뒀으며 전국 240여개 직영매장, 9개의 직영물류 및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매물'이다.

또 자회사로는 전자제품 전문 물류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하이로지텍,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마트 쇼핑몰, 여행 사업과 여자프로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는 에이치엠투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잣대인 EV/EBITDA를 활용하면 하이마트 매각가는 1조7000억~2조2000억원 안팎으로 산출된다.

지난 해 하이마트의 영업이익 1188억원, 감가상각비 248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에비타(EBITDAㆍ감가상각 및 법인세 차감전 영업이익)는 약 1436억원. 한해 영업활동으로 이 정도 현금흐름은 창출된다는 얘기다.

동종업계라 볼 수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EV/EBITDA의 경우, 증권사별로 차이가 나지만 신세계의 경우 15~16배, 롯데쇼핑은 9~12배, 현대백화점은 10~12배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이마트의 EV/EBITDA를 최소 12배에서 최대 16배로 환산한다면 기업가치(EV)는 1조7000억원~2조2900억원까지 산출된다. 여기에 지분인수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을 별도 환산한다면 가격은 가볍게 2조원이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히 EV/EBITDA로 동종업계 배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문제다.



우선 자산가치 여부다. 하이마트는 매장의 절반 이상이 임차형태다. 팔아서 돈 될만한 자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매장 비용만 더 나갈수 있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 발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로 보유한 3개회사의 자산총액도 각각 70억원에도 채 못미치는 수준이다. 돈이 될만한 상장 또는 비상장주식이나 기타 유가증권도 거의 없다.

건물 및 부동산, 주식 등 각종 유무형자산을 그득히 보유한 여타 유통업체와 단순비교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거품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현 최대주주인 어피니티파트너스(AEP)가 불과 2년전 하이마트 지분을 전부 사들인 가격이 기껏해야 8000억원 안팎에 그친다는 점도 가격논란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외국계 자본에 항상 습관처럼 붙는 '먹튀'라는 딱지도 부담스러운데 매각가격이 너무 높다면 여론의 비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업 인수가격 결정은 이 같은 합리적인 잣대나 외부인식 보다는 일반적으로 '가격경쟁구도'에서 형성되는 게 현실이다. 쉽게 말해 남들이 아무리 '싼 물건'이라고 얘기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고 경쟁이 붙다보면 비싸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번 인수전에서 체면을 구긴 롯데는 외부에는 "별 다른 의지가 없다"고 밝혔지만 정작 LOI제출에서 드러낸 가격은 2조원을 넘어선 사실상 최고가로 알려지고 있다. 정작 자신은 딜에서 빠지면서 인수가격만 높이고 나온 셈이다.

롯데 뿐만 아니라 일부 업체도 2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국내 전략적투자자 외에 사모펀드들의 인수의지도 꽤 높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펀드 입장에서는 동아시아권에서 이만한 매물을 다시 찾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 참가자들이 대외적으로 '싸다', '비싸다'고 밝히는 얘기는 대부분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발언들"이라며 "이들의 속내는 실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얼마의 가격을 써냈는지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품논란에도 불구, 희망자들의 인수의지가 확고하다면 하이마트 매각가는 2조원대라는 가격 언저리에서 충분히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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