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에 눈맞춘 은평뉴타운...의미는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정진우 기자 2007.1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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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낮추고 5~7년 전매제한"

"분양가를 최고 12% 낮추는 대신 5~7년간 전매를 제한한다"

서울시와 SH공사가 5일 발표한 '은평뉴타운 분양'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분양가를 3.3㎡(1평)당 945만원~138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최고 12% 인하함으로써 고분양가 논란을 불식시키고, 1지구 분양시기를 전매제한이 적용되는 12월로 늦춤으로써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어떤 주택도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기수요 줄이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서울시는 이번 분양가인하와 전매제한 결정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청약이 줄어드는 반면 실수요자들의 당첨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당초 시는 은평뉴타운 1지구를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10월말~11월초 분양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1지구는 청약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 반면 내년이후에 분양하는 2지구와 3지구는 전매제한으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은평뉴타운이지만 1지구와 2·3지구는 사실상 다른 뉴타운으로 분류됐던 것. 일각에서는 1지구는 내년 4~5월 입주후 바로 팔수 있기 때문에 '로또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은평1지구가 투기과열 및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자 서울시는 분양시기 연기를 결정했다. 분양시기를 12월초로 늦춰 전매제한이 적용되도록 한 것. 전매제한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자수요와 실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매제한 기간이 전용면적 85㎡초과 5년, 85㎡이하 7년으로, 다른 공공택지의 7~10년에 비해 짧은데다 분양가가 인근 재개발아파트에 비해 1억~2억원 정도 싸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사업단지인 은평뉴타운은 사실상 공공택지이지만 지난4월 주택법 개정전에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공공택지외 전매제한 규정(5~7년)을 적용받는다.



분양가,의지만 있으면 얼마든 인하 가능

은평뉴타운은 후분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선분양 발표 때에 비해 분양가격이 최고 12% 인하됐다. 공정률 80% 시점에서 분양하는 후분양제도는 선분양에 비해 금융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데도, 분양가는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의지만 있다면 분양가는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의미여서 앞으로 공공 및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H공사는 분양가격이 낮아진 이유로 크게 4가지를 들었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원가가 정밀하게 검증돼 분양가대비 1.7%가 낮아졌고, 택지비 분양가격 기준을 분양공급일 감정가격에서 주택건설착공일 감정가격으로 변경해 2.19%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85㎡ 초과 주택에 부가한 5%의 분양수익을 부가하지 않음으로써 분양가대비 3.59%가 낮아졌고,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건축비는 건설원가 이하로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2.76%가 인하됐다는 설명이다.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사업 순수익이 1211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택지공급 수익이 5510억원이지만 임대아파트 건설재원과 시프트(장기전세) 공급, 국민주택규모 이하 건축비 손실분 등을 감안하면 순수익이 1211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인하에도 불구, SH공사가 1000억원대의 수익을 남기기 때문에 지난해 선분양 가격 산정이 사실상 주먹구구식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매제한없는 특별분양, 투기대책 강화

시는 은평뉴타운 철거가옥 원주민 3338가구(1지구 1172가구·2지구 2166가구)에 대해선 11월30일 이전에 공급을 완료해 전매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원주민들까지 전매제한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별분양 대상자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1,2지구에 공급신청할 수 있다. 특별분양자 동·호수 안내공고는 오는 10일이며, 12일부터 22일까지 희망지구 신청을 접수한다.

시와 공사는 특별공급자들의 소유권 이전등기 전 입주권 전매행위 등 투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불법전매행위특별단속반을 구성, 불법전매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프트 공급 확대..성냥갑아파트 시대와 결별



시와 공사는 은평뉴타운에 시프트를 확대 공급키로 했다. 당초 물량에 1021가구를 추가해 총 4000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키로 한 것. 은평뉴타운 1지구에는 12월중 660가구의 시프트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은평뉴타운은 분양아파트 8594가구, 시프트(장기전세) 4000가구, 국민임대 2682가구, 연립주택 648가구, 단독주택 248가구 등 총 1만6172가구가 들어선다.

2지구 일반분양분 1345가구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 3지구 일반분양분 2000여가구는 2010년 상반기 이후에 각각 공급될 예정이다.



은평뉴타운은 성냥갑아파트 시대와의 결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양한 주거 유형이 공급되고 공공주택에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시는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테라스형 주택, 중정형 주택 등이 타워형 및 판산형 아파트와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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