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위작 너무 많다"(上)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07.1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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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가지가 넘는 다양한 서체를 구사..위작 판단 힘들어

조선조 명필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위작이 시중에 넘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사 김정희 연구가이며 개인 컬렉션인 ‘모암문고’를 소장하고 있는 이영재(77)씨는 국내 미술품 경매업체를 포함해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위작이 지나치게 많다고 6일 밝혔다.

이영재씨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으로 알려진 미술품 중 상당수가 가짜”라며 “추사 김정희 선생의 ‘획’을 볼 줄 알아야 감정이 가능한데 국내에 그런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작 판단이 어려운 이유=이처럼 위작이 많은 이유는 추사 김정희가 다양한 서체를 구사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추사 김정희의 운필은 18가지가 넘는다. 작가나 학자, 전문가들이 추사 운필법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씨는 “다른 학문보다 어려운 추사 예술 작품 세계를 한두 가지 서체만으로 감상하려는 데서 잘못된 감정이 나온다”며 “상하 좌우 알맞게 배자하는 추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추사 김정희 위작 너무 많다"(上)


전문가들은 △이재 권돈인 △우봉 조희룡 △침계 윤정현 △석파 이하응 등 추사 김정희 제자들의 서체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18가지가 넘는 서체로 변화무쌍한 운필을 구사한 추사 작품과 한두 가지 행서체로 만들어진 제자들의 작품은 큰 차이가 난다”며 “추사 운필법을 40년 넘게 연구했어도 어떤 작품은 연구 작품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수 시카고박물관 동양미술부 연구원도 “가짜 추사 작품이 진품이 되고 진품이 가짜가 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며 “이는 추사의 서도정신과 운필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연구하는 작가가 없었다는 입증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영재씨, 신권 1000원 작품 소유주=신권 화폐 1000원짜리 뒷면에 산수화 한폭이 있다. 퇴우이선생진적첩에 있는 ‘계상정거’(溪上靜居)라는 작품이다.
▲신권 1000원 뒷면에 그려져 있는 ‘계상정거’(溪上靜居).▲신권 1000원 뒷면에 그려져 있는 ‘계상정거’(溪上靜居).
이 작품의 소유자가 이영재씨다. 이씨는 이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했다.


이영재씨는 지난 1960년대 말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체에 매료돼 약 40여년간 연구해왔다.

그는 지난 2005년 ‘추사진묵’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학계에 파문을 던졌다. 당시 추사 김정희의 작품 가운데 위작이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원본▲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원본
추사 김정희 서체를 이해하려면 ‘획’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이씨의 지론이다. 서예를 익힌 뒤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을 써봐야 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씨는 “획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글자에 덧붙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위작은 익숙하지 않은 서체를 쓰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직접 서예를 해서 일정 경지 이상 올라야 이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리고 말했다.

그는 “상업의 힘으로 움직이는 고미술계에서 위작문제가 언젠가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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