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출마는 범여권에 기회? 위기?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7.11.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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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보는 이회창 출마와 대선 시나리오

昌 출마는 범여권에 기회? 위기?


이회창 전 총재는 언제부터 대선출마를 고민했을까.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꽤 오래됐다"는 게 정설이다. 적어도 1년전부터 고민했으며 최근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하필이면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또 그가 가세한 대선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내가 보수진영 구원투수"= 범여권의 전략통들은 한결같이 "이회창 전 총재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낙마를 예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BBK' 때문이다.

범여권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된 후부터 이 전 총재가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온 것으로 관측했다. 대법관까지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이명박 후보로는 위태롭다"고 결론 내렸다는 해석이다.



이 후보가 12월 중 기소된다면 한나라당 당헌에 따라 당원 자격을 잃게 되고, 이는 곧 후보 자격 박탈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후보를 잃어버린다. 최악의 상황이다.

따라서 이 전 총재는 사실상 자신을 '포스트 이명박'(이명박 이후)을 책임질 유일한 대안, 즉 '구원투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이 전 총재에게 힘을 싣는다. 출마도 하기 전 15%를 넘었고 며칠만에 20%를 뛰어넘었다. 이 중 대부분은 기존의 이명박 후보 지지층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관측을 연장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수진영 후보단일화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다음 스텝은 李·李 단일화?= 그러나 현재로선 이명박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범여권에선 이회창 전 총재가 대권 욕심보다는 보수진영의 '자존심 회복'이란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비리로 얼룩진 이명박 후보를 보수의 본류로서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윤호중 의원)이란 분석이다.
昌 출마는 범여권에 기회? 위기?
이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보수 진영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막판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가 낙마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출마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면 해볼 만하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건 분명히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총재에겐 '지지율'만 있을 뿐, 조직도 자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1 昌=보수 맹주, 李=중원 공략= 어쨌든 지금 상황은 예측불허다. 범여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전 총재가 보수표를 확고히 장악하고 그 결과 이명박 후보가 중도성향의 표를 잠식하는 경우다.

이른바 '이명박의 중원 공략' 가능성인데, 지금도 수도권 30~40대가 이 후보의 주요지지층인데다 이 후보가 '실용'을 강조하는 걸 감안하면 꽤 설득력이 있다.

흥미로운 비유도 있다. 발해 건국자 대조영의 본래 근거지는 요동. 그러나 당과 거란에 쫓겨 동쪽으로 이동했으며 결국 동해안 바닷가에 나라를 세운다. 이명박 후보가 당(이회창)에 쫓긴 대조영이란 얘긴데, 이 경우 동해안 토착민(중도성향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신당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극우보수를 중심으로 이 전 총재가 지지율 15~20%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박 후보가 그만큼 빠지면서 시야를 중도 쪽으로 돌리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 후보가 취약해진다"고 전망했다.

◇#2 李·昌 제로섬 게임= 반론도 있다. 범여권은 줄곧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거품이 끼었다"고 말해왔다. 뒤집어 말하자면 더 불어날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범여권에 도움이 될 거란 가정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중도 지지층은 이미 포화상태로, 더 불어날 여지가 없다. 이 후보가 중도로 외연을 넓히지 못하는 사이 대선구도를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으로 몰면 이회창·이명박 두 후보는 한정된 보수표를 놓고 '제로섬 게임'에 빠진다.
昌 출마는 범여권에 기회? 위기?
동시에 범여권이 세력 통합 또는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면 국면은 단숨에 뒤집어질 수 있다. 기대 섞인 전망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昌, 올 초부터 움직였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정동영 신당 후보가 "이 후보 비리가 이 전 총재를 불러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MB(이명박)의 각종 비리 의혹은 창(이회창)의 결심에 명분을 얹어준 것뿐, 창은 오래전 마음을 굳혔다"고 잘라 말했다. BBK가 언론에 르내리기 시작한 건 올 4월부터지만 이미 올 초부터 이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것.

온라인 동영상포털 '판도라TV'는 이 전 총재측이 올해 3월부터 동영상 제작과 홈페이지 운영 관련 사항을 문의해왔다고 확인했다. 판도라TV에 따르면 그동안 '대쪽'을 형상화한 이 전 총재 로고 디자인과 수백건 동영상이 제작됐다. 이 전 총재측 실무자는 동영상 교육까지 받았다.



한편 단숨에 20%선을 뛰어넘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에 대해 범여권은 "김경준 송환효과"라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씨의 송환 소식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때마침 등장한 이 전 총재에게 관심이 쏠렸고 이 전 총재의 결단이 임박함에 따라 이런 기대심리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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