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MEX, 시장만큼 뜨거운 '실물경제의 심장'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1.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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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MEX르포-1]세계 최대 에너지·금속 선물·옵션 시장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트레이드 플로어. 정면에 보이는 원형 책상이 원유 선물 거래 피트(PIT)이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트레이드 플로어. 정면에 보이는 원형 책상이 원유 선물 거래 피트(PIT)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로 기록하는 국제유가에, 날씨마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길을 가는 뉴요커들은 올 겨울 기름값 걱정에 옷깃을 더욱 여민다.
하지만 맨해튼 남단, 월드 파이낸셜 센터 가장자리 강변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에너지 선물시장 NYMEX(뉴욕 상품거래소) 플로어에서 발산되는 열기는 사막 유정의 시추관에서 내뿜는 불꽃만큼이나 뜨겁다.

"72 콜(call)" "68 풋(put)" "헤이 이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뭐가 잘못된거야"
계약내역을 적은 종이들이 휙휙 날아다니고, 트레이더들은 금방이라도 멱살을 잡을 것처럼 고함을 질러댄다.



'세계 실물 경제의 심장'이라고 할수 있는 NYMEX 1층에 마련된 주요 상품의 매매 플로어, 이른바 피트(PIT)는 모두 7개.
원유, 난방유, 가솔린, 천연가스, 플래티늄·프로판 선물거래 피트, 그리고 2개의 옵션이 주요 거래 품목이다. 이밖에도 석탄 전기 금 은 구리 알루미늄 등 각종 에너지와 금속들이 플로어에서 거래된다. 하루 140만계약에 달하는 거래량중 석유관련 제품거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플로어에는 300 ∼400명의 트레이더, 브로커, NYMEX 소속 직원들이 득실댄다. 그나마 전자거래 이전에 비해서는 200명정도 줄어든 것이라는게 NYMEX측의 설명이다.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이곳에서는 몇초 사이에 수억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쩐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원유 옵션이 거래되는 피트가 가장 북적이고 시끄럽다. 일반인들이 TV화면을 통해 접하는 '시장통'같은 모습이 바로 이곳이다.



국네 유가 선물가격이 세계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바로 옆의 원유(Crude oil)피트는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인다. 지난해 9월 'CME글로벡스'시스템을 통한 전자거래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규 매매시간에도 컴퓨터를 통해 거래할수 있기 때문에 발성호가(Out cry)거래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옵션은 상품구조가 복잡해서 전자거래가 힘들기 때문에 여전히 발성호가 거래가 주종을 이룬다).

트레이더(매매인) 혹은 브로커(중개인)가 어느 피트에서나 거래할수 있는 자격과 NYMEX주식 9만주가 묶여진 '풀옵션' 권리(seat)의 가격은 1000만달러에 달한다.
트레이더나 브로로커끼리 매매계약이 이뤄지면 이를 계약서에 기입한뒤 육각형 모양의 '링' 속에 앉아있는 NYMEX 직원(클럭)들에게 휙 집어던진다. 링 내부에는 그물 네트가 쳐저 있어서 링안으로 날아 들어온 종이를 분실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직원들은 하드보드 용지로 만들어진 계약서에 혹시라도 눈이 찔리지 않도록 고글을 쓰고 있다. 직원들이 플로어 계약의 거래시각과 가격 등 조건을 입력하면 NYMEX 전광판과 전세계의 단말기, 인터넷을 통해 표출된다.

2시30분, 정규거래가 종료되면 30분간 정규장과 전자거래의 가중평균을 통해 그날의 최종 종가(settlement)가 산출된다.
"크루드 오일이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가솔린 역시 2.45달러로 크게 올랐습니다...." 블룸버그 NYMEX 출입기자 슈 키넨의 숨가쁜 중계 목소리를 뒤로 하며 NYMEX의 플로어는 휴식에 들어간다.
↑에너지 금속 선물 거래내역이 실시간 표시되는 NYMEX 전광판.↑에너지 금속 선물 거래내역이 실시간 표시되는 NYMEX 전광판.

하지만 전자거래를 통해 NYMEX는 24시간 박동을 멈추지 않는다.
'CME 글로벡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전자거래는 지난 3분기중 하루 평균 68만6916계약이 거래돼, 전분기 대비 249% 급증하면서 새로운 매매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성격으로 따지면 NYMEX보다 앞서 만들어진 원조 선물거래소인 CME(시카고상업거래소)는 NYMEX의 라이벌이지만, '시너지'즉, 돈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할 리가 없다.
아누 알루왈리아 IR담당 부장은 "이미 CME의 전자 거래 시스템이 상품 유통망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거래망 구축은 매매비용을 높여 고객(투자자)들이나 NYMEX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10년 사용 계약을 맺었다. 상대방 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거래하지 않는다는게 계약의 전제조건이다.

상품시장이 지나치게 확대돼 '위험회피(Hedge)'라는 선물·옵션 시장의 본래 기능이 상실된채 '투기(Speculation)'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시장으로 변질되면서 그 자체가 가격상승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거래시스템의 확충과 개선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면 NYMEX뿐 아니라 거래당사자들의 이익이 올라가게 된다는게 NYMEX측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NYMEX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상품을 상장시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시작된 주요 에너지 및 금속 거래 전자옵션 거래도 그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천연가스 옵션거래의 20% 가량이 전자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NYMEX는 설명했다. 새로운 상품 영역도 탄생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선물 시장이 대표적이다. NYMEX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말이면 NYMEX 플로어와 전자거래 화면에 '탄소배출권'이 등장하게 된다.

제임스 뉴섬 사장은 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객과 주주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특히 주주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욕 맨해튼 남단 월드 파이낸셜 센터에 자리잡은 NYMEX전경. NYMEX는 수익향상을 위해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뉴욕 맨해튼 남단 월드 파이낸셜 센터에 자리잡은 NYMEX전경. NYMEX는 수익향상을 위해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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