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월가' 경영진 퇴출 바람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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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스탠리 오닐 퇴진…리먼의 리처드 펄드는 '희색'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월가 경영진들의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여파로 적게는 수억달러 많게는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자산 상각을 발표했다.

대부분 모기지에 기초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한 자산이 신용경색 사태로 마치 종이조각처럼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에 따른 3분기 투자은행들의 상각 규모는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이들 투자은행에 대한 책임 공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진들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월가 투자은행들의 핵심 경영진들이 추풍 낙엽처럼 나가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서도 살아남아 더욱 자리를 굳건하게 한 CEO들이 있어 월가 경영진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흔들리는 월가' 경영진 퇴출 바람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인 곳은 메릴린치다.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월가 투자은행의 수장에 올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 것.

메릴린치는 30일(현지시간) "오닐 겸 CEO가 물러났으며, 후임자를 결정하기 전까지 알베르토 크리비오르 이사가 임시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메릴린치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월가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큰 84억달러의 자산상각을 발표했다. 또 이사진의 허가없이 와코비아와 합병을 추진하다 결국 빈축을 샀다. 그러나 그는 퇴직금으로 1억6000만달러를 챙겨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메릴린치는 3분기 손실을 발표하기 앞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달초 메릴린치는 채권 부문 책임자를 교체했고, 리스크관리책임자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에드 모리어티를 책임자로 선임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3분기 창사후 93년이래 최악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씨티그룹도 톰 마헤라스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 대표가 물러나고 대체 투자 부문 책임자인 비크람 팬디트가 그를 대신하게 됐다. 씨티그룹의 CEO인 척 프린스는 지난 15일 3분기 순익이 57% 감소했다고 밝힌 후 사임 압력을 받았지만, 이사회의 지지로 가까스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씨티그룹의 3분기 상각규모는 35억달러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지난 24일 진 테일러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를 글로벌 자산 및 투자운용 부문 책임자인 브라이언 모이니한으로 교체했다. 테일러는 올해 말 은퇴할 예정이다. BOA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피해에 따른 구조조정 일환으로 3000명을 감원했다. 감원 대상은 대부분 투자은행 부문 직원들이었다. BOA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기지도매 사업 분야에서 손을 때기로 했다. BOA의 3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93% 급감한 13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2개의 헤지펀드의 급격한 손실을 공개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사태를 확산시킨 장본인인 베어스턴스에서는 지난 8월 워런 스펙터 공동사장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러났다. 스펙터 공동사장은 2개 헤지펀드를 파산으로 몰고간데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스펙터의 사임이후 앨런 슈워츠가 단독 사장을 맡았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사무엘 모리나로가 COO 역할도 맡게 됐다. 베어스턴스는 이와 함께 모기지 및 투자은행 사업부문에서 600명을 감원했다. 베어스턴스의 3분기 상각액은 2억달러에 달했으며, 3분기 순익은 61% 급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경영진의 이동은 없었지만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부문인 BNC 모기지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사업 부문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1200명을 감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3분기 자산 상각액은 7억달러에 달했다.



리처드 펄드 리먼브러더스 회장겸 CEO는 서브프라임 손실을 최소화해 '월가의 생존자'로 부각되고 있다.

모간스탠리도 눈에 띄는 경영진의 퇴출은 없었다. 그러나 주거용 모기지 사업 부문에서 600명을 감원했다. 또 지난 2일에는 글로벌 모기지 사업부문 조직을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모간스탠리의 올 3분기 순익은 17% 감소했고, 상각규모는 9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도 3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대손상각액이 15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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