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해외펀드는 밤새 안녕한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7.11.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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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적립식 투자로 '코스트 애브리지' 노려야

달러화가 연일 약세다. 미국 경기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여기에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이탈까지 맞물리면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900원선 지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달러화는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연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모습이다. 최근 메릴린치는 원/달러 적정환율을 841원으로 제시했다.



달러화 약세는 기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축통화로써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오일머니와 아시아머니의 축적이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

달러화 약세는 해외펀드 투자자에게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금을 포함한 원자재에 대한 직간접 투자는 달러화 하락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적립식 투자로 주가 뿐 아니라 통화에 대해서도 '코스트 애브리지'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 해외펀드는 밤새 안녕한가


◇ 거치식은 환헤지, 유럽펀드는 유로표시 펀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의 통화는 주로 달러화나 홍콩달러, 유로, 엔 등으로 표시된다.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직접 현지 통화로 환전한 후 투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 후 다시 투자 지역의 현지 통화로 환전해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다.

유로화를 포함해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통화로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오히려 달러화 약세로 인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홍콩달러와 같이 미국 달러 움직임에 연동되는 경우 주가 상승으로 평가차익을 얻어도 원화 강세 때문에 손에 들어오는 차익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유럽펀드에 가입할 때 달러보다 유로 표시 펀드가 유리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조언했다.

펀드의 종류별로 볼 때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해외펀드 투자 영향은 거치식이나 역외펀드일 때 특히 두드러진다. 역내펀드는 펀드 내에서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낮다. 이 때문에 목돈을 거치식으로 투자할 때나 역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일정 부분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환헤지를 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밖에 원자재 펀드도 달러 약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다. 특히 투자 대상이 관련 기업이 아니라 금을 포함한 실물일 경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상품의 가격이 달러로 표시, 거래되기 때문이다.

신동준 BIBR인랩스 이사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원화로 환산할 때의 수익률은 상품가격 상승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역시 거품 논란 뿐 아니라 환율을 감안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기·적립식 투자로 환 위험 헤지



달러화로 표시되는 해외펀드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환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적립식 펀드의 경우 고객이 환헤지를 원하더라도 금융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 투자금액과 기간이 가지각색이어서 헤지에 필요한 금액과 만기를 짜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립식펀드의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적립식의 특성상 헤지를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균 한국증권 상품개발부 투자교육팀장은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평균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처럼 환율에 대해서도 코스트 애브리지 효과를 가져온다"며 "주식시장의 등락 뿐 아니라 환율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목돈을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적립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치식일 경우에도 5~10년 장기투자할 계획이라면 환차손보다 주식 가치 상승이 더 크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원화와 아시아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꾸준히 절상됐지만 거치식 이머징마켓 펀드의 10년간 수익률이 175%에 달한다"고 말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움직임은 환헤지 이외에 개인 투자자가 적극적인 방어책을 갖는 데 제한이 있다"며 "달러 가치 하락을 단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 글로벌 경제의 축이 미국에서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과정의 현상으로 이해하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외펀드 환헤지의 모든 것>

환헤지는 투자 지역에 따라 방법이 상이하다. 일본펀드의 경우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후 투자하기 때문에 원/엔 환율을 헤지하면 된다. 투자 지역 통화 리스크를 직접 헤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해외펀드는 투자자가 원화로 펀드에 가입하면 운용사는 일단 달러화로 환전한 후 다시 한 번 해당 지역 통화로 환전, 투자하는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내 해외펀드는 밤새 안녕한가
그렇다면 달러화로 환헤지를 해두면 환율과 관련된 모든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헤지할 수 있는 선물환 상품이 없거나 상품은 있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커 헤지하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환차손을 회피할 수 있지만 달러화를 다시 투자지역 통화로 바꾼 부분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헤지하지 못하는 셈이다.



홍콩 달러의 경우 선물환 상품이나 유동성이 충분해 헤지할 수 있지만 브릭스펀드에 포함되는 브라질이나 최근 각광받는 베트남 등 대부분의 지역이 달러화에 대한 환헤지를 취하기 힘든 실정이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헤지만으로 해외펀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율 리스크를 완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지만 원화와 다른 국가의 통화 가치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손실 리스크가 그리 크지는 않다.

선물환 만기 이전에 펀드를 상환해도 환헤지 혜택을 모두 얻을 수 있을까. 이 경우 완전 헤지는 불가능하다.



판매사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다르지만 펀드를 중도 환매할 경우 환헤지 계약 당시 정해진 선물환율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판매사가 선물환 거래를 활발하게 할 경우 일부분이라도 환차손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통화 가치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인다고 해서 환헤지 계약을 취소하고 차익을 얻을 수는 없다. 환헤지의 기본적인 목적은 환차익을 포기하는 대신 손실을 차단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선물환 만기 이전에 펀드를 환매, 환율 리스크에 노출시키면 되지만 이는 현명한 투자방법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밖에 주의할 점은 선물환이 적용되는 부분이 투자원금이라는 사실. 즉, 펀드 운용에서 발생한 차익은 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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