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지점 근무 "저요, 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10.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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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지점장만 90명 지원, 신한은행 최고 100대1

"3년만 젊었어도 지원을 해보는 건데…." 최근 만난 우리은행의 본부 고참 부장은 해외점포장 인력풀 구성을 위한 행내공모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렇게 전했다.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은행원들의 '해외근무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높은 보수와 탄탄한 복리 후생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은행권에 '해외근무'라는 장점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은행 해외지점 근무 "저요, 저"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해외영업 인력풀 구성을 위한 행내 공모에 총 350여명이 지원했다. 이중 지점장만 90여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지원자를 선별해 인력풀을 만든 뒤 해외영업점 인사 때 활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업무 관련성이나 어학능력 등을 기준으로 공모절차 없이 선임하던 것을 바꿨다.

해외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선발방식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었고 어학능력 외에 영업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중국에만 2012년까지 지점을 53개로 늘리는 등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바레인, 두바이, 인도, 카자흐스탄 등을 연결하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에만 현재보다 지점이 40개 이상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특히 이번 공모에서 어학능력보다도 영업능력이나 강한 충성심(로열티), 도덕성 등을 선발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어학능력 등은 사후교육이나 연수 등을 통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영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영업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보내 해외영업을 선도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해외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선발방식도 일부 바뀌면서 은행원들에게도 해외근무는 '일부 특수한 직원들만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 실시하는 현장업무실습(OJT)이나 연수 대상자 선발 때는 경쟁률이 평균 5대1을 웃돈다. 미주 지역 등 인기지역은 10대 1을 훌쩍 넘어선다.

과거 미국 등 일부 국가에만 한정됐던 진출 지역도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러시아, 캄보디아 등으로 다양화돼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 영업의 기회도 많아졌지만 이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은 신흥시장 근무 등에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어학 연구 동아리들이 많이 생겨 나 있다"며 "해외 근무를 목표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년 전부터 해외인력 선발에 행내공모제를 채택해온 신한은행도 최근 2~3년새 경쟁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인기가 있는 지역의 경우 경쟁률이 100대1을 넘어서기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만큼 어학 등 자질을 갖춘 인력의 질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직원들에게 해외영업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 됐다"며 "과거에는 적정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떨어뜨리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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