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치레 鄭·체면 구긴 李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10.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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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8시40분.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원내 2당인 한나라당의 의원 총회가 각각 열렸다. '긴급'이었다. 긴급한 주제는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한 당론 결정.

아직 정부가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하지도 않았지만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반대'(정동영 후보)와 '찬성'(이명박 후보) 입장을 피력한 만큼 가급적 빨리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였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의원 총회에 참석, 무게를 실었다. 특히 각자 입장을 당론으로 추인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그런데 이 '요구'가 모두 수용된 것은 아니다.

정 후보는 체면치레를 했고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우선 정 후보는 파병 연장 반대 당론 확정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파병 연장 반대 논리와 함께 한목소리를 강조했다.



"신당이 하나의 당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1당으로서 힘을 보여줄 때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신당이 힘이 있고 그 힘을 국민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기회" 등이 좋은 예다. "손학규 후보, 이해찬 후보 등도 모두 같은 입장"이란 말도 되풀이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철학,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도 했다. 이견을 주장하기 앞선 적 앞에서 단일 대오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일사분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등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파병 연장 반대 서명에 이미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참여한 만큼 박수로 당론을 확정하자"고 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당론을 택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성 당론 추인이 쉬울 것 같았던 한나라당은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한나라랑 의원총회 초반 흐름은 신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후보가 전면에 나섰다. 그는 우선 "한미관계와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경제. 자원외교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파병을 연장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날 개인 입장을 먼저 발표한 데 대해 "의총에서 결의 내용을 듣고 발언하려 했지만 사안이 중요하고 후보 개인의 의견을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유종하 선대위원장과 함께 만나 상의를 드렸다"면서 "그런 뜻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고 '찬성' 당론 채택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 전개는 예상을 빗나갔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박수를 통해 만장일치로 당론을 확정하자"고 제안하면서 쉽사리 끝나는 듯 했지만 고진화, 배일도 의원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

이에 안 대표가 "반대 의견을 속기록에 남기고 표결 해봤자 그러니까…. 한 분 정도 반대 의견을 듣고…"라고 넘어가려 하자 고 의원은 "오늘 (동의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회의를 하러 온 것 맞냐"며 반발했다. 배일도 의원도 "반대의견이 있다"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그러자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 후보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아직 (정부의 파병연장) 동의안도 안 넘어왔는데 그때 가서 반대의견을 듣고 당론으로 할지 결정하면 된다"고 중재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결국 당론 확정을 미루기로 했다.

이를 놓고 동의안이 넘어온 다음에 결정할 것이었으면 왜 '긴급'하게 의원총회를 소집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어찌됐건 이 후보가 입장을 정하고 당이 이를 추인함으로써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상한 모양새만 연출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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