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파병연장 반대" vs 李 "찬성"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7.10.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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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부딪친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얘기다. 지난주 금산 분리 문제를 놓고 한바탕 입심 대결을 벌였던 둘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문제를 놓고 정반대 입장에 섰다.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정 후보는 '반대', 이 후보는 '찬성'이다. 또 이면의 노림수나 포석 등도 입장차만큼 다르다.



◇당론 따르는 鄭, 당론 정하는 李

입장을 내놓은 시점은 정 후보가 이 후보보다 하루 빨랐다. 신당과 정 후보의 한 템포 빠른 결정에 이 후보도 밀리지 않고 반격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입장 결정 방식이 달랐다는 것. 정 후보의 경우 신당 지도부가 당론을 정하고 이에 따르는 수순을 밟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피하고 여론 역풍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저녁 정동영·김근태·손학규·이해찬·오충일 등이 함께 한 '5인 회동'에서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론 지난주부터 정 후보는 당 지도부와 숙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달랐다. 이 후보가 결정하고 당이 따르는 식이었다. 23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 후보가 강재섭 대표 등에게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찬성해 달라"고 당부한 것. '이 후보의 결정=당론'의 일사분란함을 보여준 예로 풀이된다.


◇잃을 것 없는 鄭, 피하고픈 李

정 후보의 '반대'나 이 후보의 '찬성' 모두 예견됐던 바다. 양쪽 모두 전통적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다만 굳이 따지자면 공세적인 쪽은 정 후보다. 이 후보에 비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이 급한 탓이다.



범여권이 여전히 하나로 뭉치지 못한 상황에서 '파병 연장 반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명분도 괜찮다. 국민 여론도 반대가 우세한데다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국제 사회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적 실익도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구도를 보수 대 진보, 파병과 철군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이에 비해 이 후보나 한나라당 입장에선 그다지 반길 만한 주제가 아니다. 지지층의 성향을 고려할 때 '찬성' 결정은 당연한 것. "밑져야 본전"인 주제인데 이게 이슈화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피하고자 했던 게 이념 대결 구도였다. 지난 대선때 반미 분위기에 밀린데다 자칫 '보수' 이미지만 덧칠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과 '정책 공조'를 하게 된 것도 껄끄럽다. 아울러 유리한 판세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와 판이 흔들리는 것도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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