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정 후보는 '반대', 이 후보는 '찬성'이다. 또 이면의 노림수나 포석 등도 입장차만큼 다르다.
입장을 내놓은 시점은 정 후보가 이 후보보다 하루 빨랐다. 신당과 정 후보의 한 템포 빠른 결정에 이 후보도 밀리지 않고 반격한 셈이다.
지난 22일 저녁 정동영·김근태·손학규·이해찬·오충일 등이 함께 한 '5인 회동'에서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론 지난주부터 정 후보는 당 지도부와 숙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달랐다. 이 후보가 결정하고 당이 따르는 식이었다. 23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 후보가 강재섭 대표 등에게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에 찬성해 달라"고 당부한 것. '이 후보의 결정=당론'의 일사분란함을 보여준 예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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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 없는 鄭, 피하고픈 李
정 후보의 '반대'나 이 후보의 '찬성' 모두 예견됐던 바다. 양쪽 모두 전통적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다만 굳이 따지자면 공세적인 쪽은 정 후보다. 이 후보에 비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이 급한 탓이다.
범여권이 여전히 하나로 뭉치지 못한 상황에서 '파병 연장 반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명분도 괜찮다. 국민 여론도 반대가 우세한데다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국제 사회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경제적 실익도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구도를 보수 대 진보, 파병과 철군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이에 비해 이 후보나 한나라당 입장에선 그다지 반길 만한 주제가 아니다. 지지층의 성향을 고려할 때 '찬성' 결정은 당연한 것. "밑져야 본전"인 주제인데 이게 이슈화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피하고자 했던 게 이념 대결 구도였다. 지난 대선때 반미 분위기에 밀린데다 자칫 '보수' 이미지만 덧칠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과 '정책 공조'를 하게 된 것도 껄끄럽다. 아울러 유리한 판세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와 판이 흔들리는 것도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