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석 이사측, 주주에게 드리는 글[원문]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10.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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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경영권분쟁, 기관 액티비즘 시험대 (3-2)]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동아제약. 주총을 앞두고 현 경영진과 강문석 이사측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글을 원문 그대로 전재한다. 다음은 강문석 이사 측이 동아제약 주주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 ‘합의정신’ 누가 훼손했나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봉합된 것으로 믿었던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진 데는 ‘합의정신의 훼손’이 그 출발점이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유충식 이사(당시 부회장), 강문석 이사(당시 수석무역 대표) 등 세 사람은 지난 3월 22일자로 제약업계 원로분들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화해하고 회사 발전에 함께 기여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3월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날의 합의는 큰 주목을 받았다. ‘함께 회사 발전에 기여해 나가기’로 합의한 만큼 동아제약이 혼란스런 상황을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합의안대로 유충식, 강문석 두 사람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 해도 양측이 합의정신을 존중하며 화합의 경영을 실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믿음은 불과 몇 시간 후에 깨지고 말았다.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현 경영진은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안내도 없이 강정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 다음, 수적 우세를 기반으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버렸다.

일반적으로 정기주총 직후 열리는 이사회는 새로 선임된 이사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회사 발전의 의지를 다지는 ‘상견례’ 정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강정석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함으로써 ‘합의정신 훼손’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첫 단추부터 훼손된 합의정신은 이후 급격히 의미를 잃어갔다.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유충식 이사와 강문석 이사를 관장업무조차 없는 비상근이사로 등재하는 한편, 사무공간조차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았다. 매주 동아제약 및 그룹사 경영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임원회의에 참가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유충식 이사와 강문석 이사는 어떠한 직책·직무도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에 기여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채 단순히 이사회 멤버로서 방치됐다. 합의 직후 3월 26일 강신호 회장은 투자자와 주주, 출입기자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쓴 편지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전략) 여러 이해 당사자들을 슬기롭게 설득하고 화합을 이끌어내 준 유충식 부회장, 강문석 대표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중략) 새로 선임되게 될 이사 여러분들께서도 지난 몇 년간 이루었던 성과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략)”



그러나 정작 합의정신은 정기주총 직후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회사 발전에 함께 기여하고 싶었던’ 유충식 ? 강문석 이사의 순수한 뜻도 기회를 잃었다. 합의정신은 어디로 갔나. 누가 훼손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은 “합의 후 불과 4개월만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추가 이사선임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과 대다수 주주들에 대한 약속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합의정신을 파기하고 훼손한 이는 누구인가.

◇ ‘화합하려는 형과 전횡 일삼는 동생’의 대립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은 임시주총을 소집한 강문석 이사 등을 향해 “경영권 욕심 때문에 잘 나가는 회사 발목을 잡고 분쟁만을 일삼는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강문석 이사는 경영권 욕심으로 나선 것이 아니다. 강 이사는 현 경영진과 함께 힘을 모아 동아제약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고 싶고, 그러한 발전의 과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을 뿐이다. 합의가 있기 바로 전날인 지난 3월 21일, 유충식 이사와 강문석 이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이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했고, 이는 사외이사를 대폭 강화하는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만듦으로써 경영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여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생인 강정석 대표를 향해서는 “동아제약 영업본부장과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자리를 겸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한곳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독차지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을 밝힌 것이다. 바로 다음날인 3월 22일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도 ‘함께 회사 발전에 기여해 나가자’고 약속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총 직후 대표이사로 올라선 강정석 대표는 형인 강문석 이사를 완전히 배제시켰다. 관장업무도 사무실도 없이 방치한 것은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대내외에 밝힌 것이다.

실질적으로 화합을 가로막고 분쟁을 조장하는 이는 누구인가. 오히려 화합하려는 형(강문석 이사)과 이를 거부하고 혼자 모든 것을 독차지 하기 위해 전횡을 일삼는 동생(강정석 대표)의 대립이 이번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다.

◇ 회사 이익과 주주가치 훼손도 서슴치 않는 독선적 경영



- ‘자사주 매각과 교환사채 발행을 위한 채무보증’
한국알콜산업과 수석무역 등이 임시주총을 소집하게 된 기폭제는 지난 7월 2일 동아제약 이사회가 의결한 ‘자사주 매각과 교환사채 발행을 위한 채무보증’이다.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은 “자금조달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사주의 편법매각을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이를 독점하기 위한 무리수일 뿐이다.

자금조달이 목적이라면 더 쉽고 투명한 방법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하필이면 채무보증까지 서가면서 비경제적이고 편법적인 자사주 매각을 강행한 것이다.



굳이 교환사채를 발행해야 한다면, 동아제약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금리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유리했다. 그러나 조세회피지역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SPC. 페이퍼컴퍼니)에 자사주(748,440주. 지분율 7.45%) 전량을 매각하고, SPC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게 하는 데 대해 동아제약이 전액 채무보증을 서는 방식을 선택했다.

페이퍼컴퍼니가 개입돼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각종 부대비용과 세금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983억원의 채무보증까지 기록하게 됐고, 만약 동아제약 주가가 하락한다면 심각한 우발채무의 위험성까지 떠안게 됐다.
(※ ‘자사주 매각과 교환사채 발행을 위한 채무보증’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자료는 별도로 금주중에 드리겠습니다.)

한국알콜산업과 수석무역은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강정석 대표이사가 0.5%에 불과한 자신의 지분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회사의 자산(자사주)과 채무보증을 이용해 7.45%에 이르는 자사주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면서 “사적인 목적을 위해 경영권을 남용하고 회사이익과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제약은 교환사채 발행과 채무보증 등 주요 계약사항에 대한 검토를 위해 계약서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사회 멤버인 강문석 ? 유충식 이사의 거듭된 요청마저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 매각과 교환사채 발행 과정 혹은 계약내용 중 주주들에게 공개할 수 없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에서 ‘자사주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이 진행중인 만큼 편법적이고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곧 투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제약이 다시 혼란스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독선적인 경영으로 회사이익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도 서슴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임시주총’은 경영투명성 확보와 화합을 위한 과정
한국알콜산업과 수석무역은 지난 7월 20일자로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으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을 추천했다.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 및 사채대금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주주들과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손실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현 경영진을 더 신임하기 어려워 새로운 이사를 추가 선임하고자 한다”고 신청이유를 밝혔다.
“현 경영진을 신임할 수 없고, 앞으로 또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어 새로운 이사를 추가 선임함으로써 이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제약은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에 대한 판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지난 8월 28일 이사회를 소집해 임시주총 소집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에서 임시주총 소집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임시의장을 강문석 이사 측에서 맡게 되는데, 동아제약은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법원 판결은 이번 임시주총 소집 요청이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보장된 주주의 권리를 무시해온 경영행태는 이미 올해 초 국내 상장기업 사상 처음으로 ‘주주제안’을 거부했던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동아제약은 한국알콜산업, 수석무역, 강문석, 유충식 등이 행사했던 주주제안권에 대해 2월 22일 거부의사를 밝혔다가 2월 28일 법원이 이를 수용하라는 판결을 내린 다음에야 정기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한 바 있다.



◇ 생계를 볼모로 직원을 동원하다니…
동아제약발전위원회(이하 동발위)가 지난 10월 5일 직원 총회를 열고 앞으로 2010년까지 회사 주식 10% 갖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너무나 고마운 생각이다. 그동안 동아제약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끊임없이 M&A시장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국내 1위 제약기업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0%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직원들이 애사심으로 회사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직원들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주식 갖기 운동까지 벌이는데 회사는 7.45%나 되던 자사주를 서슴없이 매각해버리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은 “자금조달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유일한 목적”이라며 7.45%나 되던 자사주를 팔아버렸다.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도 수없이 많은데,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더 많은 주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나마 있던 자사주까지 매각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현 경영진은 직원들의 뜻과도 거꾸로 가고 있이 아닌가.

직원들의 순수한 뜻과 별개로 이날 행사는 회사가 직원들의 생계를 볼모로 동원한 것이다. 본사 대리급 이상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수많은 직원들이 알려왔다. 참여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도 줄을 이었다.
강정석 대표는 올해 3월 15일에도 전국 영업조직에 동원령을 내려 1,000여명의 직원들을 모아 관제데모(?)를 했던 전례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경영권을 원칙없이 남용하는 강정석 대표와 현 경영진의 전횡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 흠집내기 절정판 ‘형사고발’
동아제약의 감사가 강문석 이사를 형사고발했다. 결론은 “사실무근”이다.

이 사안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올해 2월 22일 동아제약이 주주제안을 거부하면서 배포했던 보도자료에 모두 수록된 내용이다. 이미 2월에 문제제기를 했었던 사안이다.
(※ 보도자료 전문을 별첨하였습니다.)

그때도 강문석 이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었다면 그때 이미 형사고발을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강문석 이사를 등기이사로 선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아제약은 보도자료에 일회성으로 한번 문제제기를 한 후 다시 이를 언급한 적조차 없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나 지난 후에 이제와서 문제를 삼는다는 것부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전문경영인 강문석’에 대한 흠집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10월 31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자 초조한 마음에 이성을 잃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 강문석 개인이 아닌 다수 주주의 동아제약 사랑
최근 동아제약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일시적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보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강문석 이사를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주체는 강문석 이사 개인이 아니라 다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 연합’이라는 점이다. 동아제약을 사랑하고 동아제약의 발전을 염원하는 대주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강문석 이사가 ▲부실자회사 정리를 통한 구조조정 ▲신약개발부문 R&D 강화 ▲시장환경 변화를 예측한 탄력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으로 동아제약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강정석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그 성장의 토대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으며 역사의 시계마저 과거로 돌리는 구시대적 전횡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임시주총은 동아제약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누가 더 적합한 경영자이며, 어떤 방안이 더 효율적인지 주주들께서 직접 판단해보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강문석 이사와 주주연합은 물론, 강정석 대표와 현 경영진도 함께 회사의 비전에 대해 그동안의 구상을 발표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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